커피인 라운지

  

밑에 장비 리스 가능하냐고 하던 사람입니다만


아마 그 때 적었던 장비 그대로  가게를 오픈하게 될 것 같습니다


모드바, 기센w1a, 메저로버 or 메저콜드, ek43 등


카페로 먹고 살기 참으로 어려운 것은 알고있습니다


원래 저희 친가는 제2의 커피물결을 타고서 모 유명 프렌차이즈로 큰 돈을 만진 적이 있었고


그 결과 지금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다른 프렌차이즈로 거의 내리막길로 향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어리석게도 그 당시 돈을 벌었던 것이 저희들의 실력인줄만 알았던 거죠 이미 깨달았을 때는 늦었습니다


돈은 손을 떠났고 남은 것은 빛 밖에 없었죠


저는 친가를 대신해서 가게를 운영하다가 이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고 커피 말고 다른 길을 찾아보겠다며


서울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노가다도 뛰어보고 해봤지만 결국 찾아가는 곳은 카페더라고요


처음에는 커피를 만들줄 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전문 카페에서 일하니 모든 것이 다르더라고요 신세계였습니다


제가 만들었던 커피들은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쓰레기였던 것이죠 그리고 본사에서 얼마나 눈탱이를 쳤는지도 알아버렸고요


솔직히 지금 일하는 가게는 그 당시  저의 실력으로는 넘볼 수 없는 벽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일하다보니 여러가지로 사람이 분하다 보니까 없는 돈 털어서 수많은 책들을 사기 시작했죠


데이비드 쇼머의 에스프레소 책부터 지금은 리브레에서 나온 로스팅 책까지


그러다보니까 깨닫더라고요


아 그래도 내가 커피를 하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구나


지금 일하는 곳 대표님을 포함해서 많은 인연들이 저를 성장시켜줬습니다 진짜 아무 것도 모르던 놈을 사람 만들어준거죠 백번 절을 해도 부족할 정도입니다


이번에 잠시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커피 머신을 만져봤습니다


아...진짜 장난감 같구나


평소에 일하는 가게에서 만지던 머신과 그라인더 템퍼와 비교하면


이건 정말 쓰지 못할 정도로....좋은 커피를 만들 수는 없겠구나


14g 정도의 원두를 갈아서 추출해봤습니다


추출이 안 되네요ㅋ 밀어내지를 못해서 추출까지 1분 넘게 걸렸습니다 평소 일하고 있는 곳에서 쓰는 원두 굵기보다 훨씬 굵은데도요


무엇보다도 원두를 보고 놀랐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봤을 때랑 그나마 공부한 지금이랑은 보이는 것이 다르더라고요


중강배전 정도라 기름이 철철 흐르는데 산패된 냄새부터 원두를 씹어먹어보니 이런 걸 커피라고 예전에 팔았구나 싶었습니다 거기다가 중강배전인데도 불구하고 원두가 전체적으로 얼룩덜룩하고요


새로 오픈하는 것도 어머니가 탐탁치 않게 생각하시는데 머신을 바꿔야한다고 하니 언쟁이 오갔습니다


어머니는 10년 가까이 카페를 운영하셨지만 커피에 대해서 잘 모르십니다


돈을 많이 벌 때는 매니저들이 모든 것을 다 했고


지금의 카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제가 어쩔 수 없이 기준점을 세워두고 했던 것이고요


그래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머니를 데리고 고향에 있는 커피 전문점을 몇 군데 데려갔습니다


 한곳은 스피릿 3구를 쓰는 곳이었는데 그 머신을 가리키며 제가 필사적으로 설득했습니다


이러다 우리 다 같이 죽는다고


믿고 투자해달라


나도 대출을 받겠다


어머니도 전문점이 카페를 보고는 생각이 바뀌신 것 같더라고요


물론 기계가 좋다고 커피가 맛있는 것은 아니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퍼포먼스적인 면이나 온도관리적인 측면에서나 그리고 지방이라 머신 수리 받기가 어려운데


모드바 같이 그룹마다 시스템이 분리되어 있으니 하나가 고장나더라도 수리 받을 때까지 그룹 하나 만으로도 비벼볼 수 있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욕심도....없다고 할 수 없죠 하지만 지금 가게가 2억 넘게 투자에다가 5천만원 대출해서 적자를 매꿔왔습니다


인테리어비까지 해서 1억 투자라면 전보다는 적게 드네요ㅋ


큰 돈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요.....


결국 어머니의 생각이 바꾸시고 진지하게 가게의 견적을 내보자며 어떤 것이 내력벽인지 어디에 문을 다시 낼지 동선은 어떻게 하자 서빙은 해야한다 로스팅 기계를 저기에 놔둬야겠구나, 뭐 이런 것들이 대강은 정리되더라고요


무엇보다 저나 어머니나 사람 쓰는 것에 지쳐서 사람이 한 명 없다고 가게가 돌아가지 않는 그런 막장 가게를 운영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정말로 똑같았습니다

지금 가게는 주방이랑 바랑 분리되어 있는데다 ㄷ 형태라서 한 명 밖에 없으면 뛰어다녀야 되거든요 그러다가 저는 넘어져서 많이 다쳤었고요


잡담이 길었습니다만


사람이 참으로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세상에 카페 장사 잘 되지도 않고 돈도 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고있는데도


결국 그나마 할 줄 아는 건 그거 밖에 없다고 또 하게 되네요


벼랑 끝에 서있는 기분입니다ㅋㅋ


아슬아슬하게 균형은 잡고 있으면서 도전 하면서 즐기고는 있지만


균형 못잡으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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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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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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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룩이 작성자

2017-03-24 00:30  #235912

@리버풀이최고야님
일단 경북 쪽이라는 것만 밝히겠습니다 현실적인 문제가 너무 많거든요 주로 자금적인 면이지만
아직 실력적인 면에서도 불안하기도 하고요
모드바라고 적고 기센 살 거라고 적었지만 갑자기 바뀔 수도 있습니다ㅋㅋ
하지만 왠만하면 저렇게 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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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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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룩이 작성자

2017-03-24 14:38  #236108

@MinUkPark님
원래 하던 가게의 평수가 40평 내외라.....뭘 해도 큰 투자가 되어버리네요 다행이라면 월세를 내지 않아 그나마 부담이 덜하다는 거?
장비는 정말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지금 쓰던 머신을 써도 괜찮지 않겠나? 라는 생각도 로스팅 기계를 싼 걸로 써야지 않겠나? 생각도...
하지만 어중간하게 투자했다가는 더 망하겠더라고요
지금 일하는 가게에서는 리네아를 씁니다 처음 사용하는 라마르조꼬죠....커피를 짜낸다는 것을 여기에 일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리네아도 생각해봤지만 굉장히 바쁠 것으로 예상이 되어서 온도 관리가 힘들 것으로 보였습니다
gb5는 프리히팅이 있지만 리네아처럼 수동 추출버튼이 없죠
스트라다나 시네소 슬레이어 같은 가변압 하이엔드급 머신....비싸죠 독립보일러에다가 가볍압까지....
그 때 든 생각이 하이엔드 가볍압 머신이나 빌트인 머신이나 가격은 비슷하니 차라리 퍼포먼스를 위해서라도 빌트인 머신을 하는 것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룹별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데다가 압력 프로파일링도 가능하고 외관상으로도 바 형식의 가게에서는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최근에는 개인카페들이 너무 상향 평준화가 되어 있어서 대체적으로 맛있는 카페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맛있는 생두가 있다면 판가름 짓는것은?
머신들이 화룡점정을 찍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고향에 조퍼 로스터기를 사용하는 개인카페가 있더라고요 조퍼를 처음으로 봤는데
맛있었습니다
대신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그라인더가 조그만 더 위의 머신이었다면 맛있었지 않겠나 싶더라고요
제 생각으로는 일단 맛은 기본 베이스로 깔고 인테리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거기서 더 나가아가면 인테리어가 예쁘더라도 맛이 있어야 다시 손님이 오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지금 고향에서 하고 있는 가게가 유행을 타고 했던 단발성 가게였기에....더욱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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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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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룩이 작성자

2017-03-24 14:40  #236114

@leona님
감사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겨울 하루매출 30만원 여름 70만원을 목표로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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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a

2017-03-26 10:39  #236439

작성자님의 이야기들이 참 많은 귀감이 되네요.
저도 샵을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여러가지 생각의 공통분모가 있는점 고민하는것이 같은점. 집중하고 정독하게 만들었어요.
지치지 마시고 자신만의 멋진 철학으로 멋진 카페가 완성되길 기원합니다. 길가다가 끼룩카페라는게 있다면 작성자님이 생각날 것 같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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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룩이 작성자

2017-03-26 21:41  #236531

@Noa님
ㅋㅋ카페의 이름에 끼룩은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닉네임이 저건인건 군대 시절 추억 중의 하나에서 따온거라서ㅋ
일단은 가장 기본이자 원점으로 돌아간 카페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감사하고 노아님도 오픈 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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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on

2017-03-27 20:52  #236816

목표를 이루고자 나아가시는 모습이 멋있습니다. 화이팅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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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on님
Simon 님 20 포인트 획득 하셨습니다. 많은 활동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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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디체

2017-03-31 10:21  #237844

10년뒤 정년퇴직 후 자그마한 카페를 하려고 3~4년전 부터 커피공부를 시작한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힘내시고 한발한발 내딛다 보면 어느새 우뚝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시길 먼곳에서 나마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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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avoni

2017-04-04 11:26  #238589

커피를 잘하는 사람도, 카페도 많은 요즘입니다.
어렵지만 용기를 낸 모습이 멋있으세요!
오픈하게 되면 커피 한 잔 마시러 가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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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CCO

2017-04-06 15:59  #239147

늦었지만 응원합니다.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경북 어느곳에 멋진 공간을 만들었겠지요. 정말 응원하고 초심 변치 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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챈스더커피

2017-04-14 16:32  #241011

정말 집중해서 봤네요
응원합니다.
나중에 매장 오픈 알려주시면 경북지역 가게 될 때 잠시 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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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환

2017-04-29 08:53  #244315

좀 지났지만 화이팅! 입니다. 공감되는 말들과 다시 일어나 커피를 잡겠다는 싸장님의 마음이 어떤면으로 누군가에게 큰 응원이 될것같네요. 숨도 안쉬고 읽게되네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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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하는 가게는 bfc몬자 혹은 프로맥 2그룹, 부자로스터&태환 프로스타 1kg 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에서 하셨다면 못해도 기계는 보급형으로 달라꼬르테정도일텐데,
리네아도 충분히 감당할수 있다고 봅니다.
커피를 짜낸다는 의미는, 보급형머신도 잘 만지면 가능합니다.
리네아는 나쁜 머신이 아닙니다. 오래가고 튼튼한 머신이여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퍼포먼스가 필요하다면 e61레전드도 낫지않나 싶습니다.

40평정도면 필수적으로 빵과 디저트류를 같이 팔아야할텐데, 로스팅까지요?
로스팅을 처음배우고 뭐한다면.. 처음부터 로스팅은 좀 말리고 싶습니다.
좀더 쉽게 원두 편집샵 컨셉도 어떤지 권유드리고싶네요.
지나가다가 첨언을 달아봤지만...
잘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님도 드립배우면 좋을것 같으네요^^
시나몬게이트 _ 바리스타허슬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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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향이슈 두번째.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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