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인 라운지

  

:OalleyPcoffee 18.02.10. 15:28
댓글 27 조회 수 1343
anthro4님의 글에 댓글을 달려하다가 드리고 싶은 말이 길어져 그냥 글로 남깁니다.

 우선, 좋은 기회가 꼭 올겁니다.
 저도 그렇게 힘들게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분명 이런 고비의 시간이 있었던 혹은 있는 사람들이 많을겁니다.
 분명하게 해줄수있는말은 그 시간동안에도 계속해서 커피를 마시고, 글을 읽으며, 좋은 원두를 찾는일과
그것을 컵에 내어주는일을 멈추어서는 안된다는 것 입니다.

 제 경험을 이야기 하자면, 어느 초록문이 있고 천장이 높은 스페셜티 카페에서
 커피를 맛보고 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때부터 커피에 대해 궁금한게 많아졌고, 책들을 구매해 읽어가며 호기심들을 풀어갔습니다.
 어느순간 일을 해보고싶더군요. 다니던 학교를 잠시 쉬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제 역할을 해나가니 '커피 바이저'라는 사람이 다가와서 말하더군요?
 "젊은 학생! 혹시 커피가 궁금해서 일하는거야? 우리 회사가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열심히 일해줄 사람이 꼭 필요한데 본사에서 커피교육을 받아보는건어때? 월급받으면서 말야."

 저의 커피 첫걸음은 그것이였습니다.
 '고작 프렌차이즈 알바' 라고 선배, 친구, 가족들까지도 말리던 그 일이
 저에겐 특별한 기회가 되었던거죠.
 별거 아닌 일처럼 보였겠지만, 저에겐 유일하게 커피를 만질수있는 곳이였습니다.
 뭐 결국엔 커피를 알아갈수록 더 좋은커피를 찾게 되어가면서 본사에서 나오게 되었고
 또 다시 일자리를 찾으며 긴 시간을 기다리고 버텨야 했습니다.
 경험을 쌓을수있는, 커피를 만지며 배울수있는 곳 말이죠.
 기다림 끝에 일자리를 찾았냐고 묻는다면 답은 '아니요.' 입니다.
 스페셜티를 만지는 카페들은 더 실력있는, 경험있는, 자신있는 사람을 원하더군요.
 그래도 저는 커피를 만지는일을 멈춰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온갖 커피 도구들을 사서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말이죠. 한잔 두잔 먹어가며 어느 나라, 어느 품종, 어떤 가공, 어떤 로스팅, 어떤 도구마다
 무엇이 다른지 노트에 미친듯이 적어갔습니다.
 집 근처에 좋은 원두를 취급하는 카페에서 그렇게 미친듯이 노트를 써가는데
 이번엔 사장님이 다가오더군요. "젊은 학생! 혹시 커피 공부하는 사람인가? 커피에 대해서
 궁금한게 많다면 세미나에 와볼래? 조금씩 배워가는게 많을거야."

 몇달 아니 거의 1년정도의 긴 고비끝에 다시 기회가 온것이였습니다.
 세미나 후에 카페 청소를 조금 도와주고 드립커피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사장님과 함께 그동네 아주머님들을 가르쳐주기도했고, '꿈을 찾는 학교'
 선생님이 되기도 했으며, 지금까지 온갖 로스터즈들을 돌아다니며 봐왔던 안목으로
 동네 카페 사장님들에게 원두를 추천해주는 사람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배고팠던 시절을, 하지만 커피때문에 신나했던 시절을,
 마음대로 되지않아 낙담했던 시절을, 직접 내린 탄자니아가 너무 맛있어서
 눈물흘렸던 그 시절을 그렇게 지나고 나니
 이제야 자신있는 사람으로 봐주더군요.
 그 시간까지 3년 남짓이 걸렸습니다.

 분명 저의 커피라이프에는 더많은 굴곡이 있었겠죠. 그리고 앞으로도 많을겁니다.
그리고 말씀드리자면 저는 현재 전문적인 바리스타가 아닙니다. 알고있다고 생각된것들도 정녕 제것이 아니였고, 아직도 지도받고 교육받으며 연구하고 연습할 기회를 찾고있습니다.
 더 정교하고 완벽한 에스프레쏘와 라떼,
 브루잉 커피와 시그니쳐 커피를 위해 공부했던 시간들도 있었고,
 로스팅과 커핑을 위해 교육을 받아가며 힘썻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서울 근처 그어딘가에 세미나가 열린다고만 하면 미친듯이 뛰어다녔습니다.
 실력있는 유명한 바리스타의 영상과 인터뷰 SNS마저도 놓치지 않았죠.
 어디 커피가 괜찮다던데, 언제쯤 대회가 열린다던데, 어떤책이 커피공부하기 좋다던데.. 방방곡곡
 뛰어다녔기에 더 빠른시간안에 발전할수 있었지만요... 분명한건!
 정말 성실한 마음으로 한자리에서 하나만을 바라보며 열심을 기하면
 언젠가 좋은기회가 어떤방식으로든 찾아옵니다. 그때 기회를 잡으시면 됩니다.
 죽으란 법은 없으니까요. 가슴 따듯한 일들만 있진 않겠지만, 살아가면서 얼마나 맛난 커피들을
 먹게 되겠어요? 그 마음 하나로 하루하루 웃으며 지내는겁니다.
 글이 아주 길어져서 댓글이 아닌 글로 남기는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제가 자주하는 말인데,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다짐을 담아
 "그럼에도 화이팅"  당장 무언가가 당신을 끌어 올려주진 않을겁니다. 그럼에도 화이팅 힙내봅시다!
 낙담할때마다 힘이 되어준 책이있는데 그것도 추천해드릴까요? 이병률-"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우울할때에도 다시금 드립포트를 들게 해주었던 책입니다. (커피관력서적아닙니다..!하하하)
 이 밖에 커피 이론이나 포럼등 정보 공유하는 해외사이트라던지, 커피 관력 서적이던지,
 추천 카페, 등등 어떤것이든지 제가 잘 알고있는 분야라면 다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것은 어떤 어려운 의미의 글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커피를 함께하고 싶은 사람으로서의
  응원하는 글임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커피가 있을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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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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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HyunLee

2018-02-10 17:10  #386076

긍정적인 글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

소중한 첫 댓글에! 10 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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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lleyPcoffee 작성자

2018-02-11 14:50  #386503

@SeungHyunLee님
감사합니다. 저는 그저 응원하고싶은 마음뿐인걸요. 모두를 그리고 저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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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0 17:25  #386090

크.. 감동적입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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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lleyPcoffee 작성자

2018-02-11 14:51  #386515

@와웃님
아닙니다. 좋은글이라뇨.. 좋은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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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ro4

2018-02-10 17:30  #386104

글 제목에 이끌려서 들어와봤더니 제게 하시는 말씀이었네요. 한동안 홈드립을 쉬고있었는데, 지금 당장이라도 포트를 잡고싶어지는 그런 문장들이네요. 가슴 깊이 새겨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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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lleyPcoffee 작성자

2018-02-11 15:00  #386528

@anthro4님
제가 더 감사합니다. 다시금 기억을 꺼내보면서
 오늘 또 힘내고 내일 더 잘해보자 라는 응원으로 저 자신을 돕게되는걸요.
 이런 다짐들을 새길땐 가슴이 뜨겁다가도, 갑자기 열정이 식은듯 흥미를 잃은듯
 커피가 힘들어질때가 있습니다. 그건 당연한일이죠. 흔들리고 힘들겁니다.
 그렇다고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건 절대 아니겠죠. 그러니 힘내보자는 말만 할수 밖에요.
 제가 쓴 글이 너무 가르치려는것처럼 들렸다면 죄송합니다.. 읽어보니 그런 뉘앙스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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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통

2018-02-10 20:07  #386149

3년이라~~
이제는 본인의 커피를 그리고 만들어갈 시점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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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lleyPcoffee 작성자

2018-02-11 15:10  #386542

@꼴통님
아직 너무 부족한걸요. 커피를 만진지는 5년이 되었지만
 그 시간이 실력을 좌우하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커피를 만진지 얼마나 된는지보단, 얼마의 노력으로 어떤 목표로 만지는지가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한없이 부족합니다... 그래도 이제 '본인의 커피' 라는 의미는 알것 같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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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1

2018-02-11 00:49  #386265

정말 좋은글 마음에 담아두겠습니다.
많은걸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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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lleyPcoffee 작성자

2018-02-11 15:15  #386558

@7891님
많은걸 느꼈다니.. 제가 너무 감사합니다.
 예전에 커피대회라는게 있다는걸 처음 알게됬을때
 브루어스컵에서 아쉽게 우승못한 한 바리스타분께서 그런얘기를 했습니다.
 "저의 목표는 언젠가 커피인에게, 영향을 주는 커피인이 되고싶습니다." 라고요.
저도 그런생각을 했죠. '나도 언젠가 이제막 커피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나의 커피 경험담을 이야기하면서 '재밌는 얘기였네요, 많은걸 느끼게해주네요.' 라는 말을
 들을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뭔가 소름이 돋는걸요?
 제가 더 감사합니다. 마음에 담아두다뇨.. 과분한걸요... 좋은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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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집사

2018-02-11 18:30  #386662

만나서 도란도란 나누며 커피한잔 하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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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lleyPcoffee 작성자

2018-02-12 20:14  #387293

@망원동집사님
저야 영광입니다! 커피 좋아하는사람중에 나쁜사람 없더군요.
 커피 좋아하는사람끼리 커피 한잔 하면서 커피 얘기 하는거 엄청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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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키

2018-02-11 21:11  #386729

저한테 책 추천해주셨던 분이시네... 정말 열심히 배우고 공부하셨구나... 존경합니다!! 리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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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lleyPcoffee 작성자

2018-02-12 20:16  #387298

@범키님
어머 범키님 안녕하세요.핳하하하 그렇네요.
 책 추천 뭐 찾아보면 다 나오는 내용 집약해서 써준것 뿐 입니다.
 존경해주시는 마음은 온전히 받겠지만, 제가 아직 서툰것이 많아서요..
 겸손하게 제 몫을 더 잘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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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b

2018-02-12 10:47  #387014

글을 읽고
내가 커피를 시작했던 순간과 지금까지의 경험을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타성에 젖어 그러한 추억들을 잊고 지낼때
이러한 글들이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으로 다가와 기분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커피인들 그럼에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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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lleyPcoffee 작성자

2018-02-12 20:18  #387305

@hwang-b님
정말 감사합니다.
 타성에 젖는일. 공감.
 그거 정말 멋진일이죠. 공감하는 일에 또 한번 공감합니다.
 저도 어떤분의 고민을 들으며, 저의 기억들을 뒤돌아보며 정리할수있는 시간이여서 기뻣습니다.
그럼에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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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1115

2018-02-15 02:32  #388539

멋지십니다 위로가 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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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lleyPcoffee 작성자

2018-02-16 19:28  #389172

@soul1115님
위로, 위안, 공감.
 그저 기분이 좋아지는 하루.
 갑작스레 가슴이 뜨거워지는 하루.
 모두가 이런 응원을 원하고 있었겠죠.
 저 또한 그러했으니 말이죠.
 저 또한 감사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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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로즈

2018-02-15 06:09  #388574

글 속에서 에너지가 다 느껴집니다.
박수보냅니다!
profile

:OalleyPcoffee 작성자

2018-02-16 19:30  #389177

@랜디로즈님
에너지 빠샤빠샤!!
 저는 감정기복이 심해서
 항상 축 쳐지지 않으러 합니다.
 그럼에도 화이팅 이라는말이 족므은 도움이 되더군요.
 박수 감사합니다! 저도 커피인들에게 응원의 박수와 환호의 박수까지 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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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5 22:13  #388808

글쓴 분의 글을 보며 다시 다짐하게됩니다.
현재도 일자리를 구하는 상태이지만 29살이란 나이에 커피를 만지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 욕심인건지 생각이 많이 들던 중이였습니다.
모든 분들이 그러진 않으시겠지만 면접때마다 나이때문이란 생각도 지울 수는 없더라구요.
이력서에 써진 내용이 몇줄 없다는게 열정의 척도가 되는지에 대해 의문도 ㄱㅏ졌는데
덕분에 다시 마음잡고 생각도 명확해지네요.
감사합니다!!

글에 써두신 포기하지 말아야 할것을 되새기며 다시 불 붙여야겠네요.
다시 감사드리며 매일 보람찬 일들 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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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lleyPcoffee 작성자

2018-02-16 19:26  #389168

@sos0938님
나이... 역시 어려운 문제네요.
 제 경험담이 정확한 방향을 제시해주진 못하지만
 이런 방면으로 다시금 불붙일수있게끔 응원이 되었다니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당연히 열정만큼 중요한게 없다지만, 입장을 달리해봤을때 그들의 입장에서
보이는것에 치중할수 밖에 없기도합니다.
 보이지 않는 연습과 연구가 어떤 형식으로 그들에게 닿을지는 모르지만
 제일먼저 '포기'하지 않아야 '도착'도 꿈꿀수 있는거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있을 수 많은 만남들중에
 sos0938님의 보이지 않는 시간까지 알아봐줄 기회가 오길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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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인데 한국이란 나라는 커피에 있어서 엄청난 변방에 위치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셜티를 무작정 부르짖으며 커피를 찾는게 가당하기나 한 일인가 싶은 요즘입니다. 

열정을 잃지않으면 기회는 온다.는 요지를 잘 읽었습니다. 글쓴이의 열정은 잘 느껴집니다. 
한편으로는 당장 내일을 걱정하며 사는 사람들에겐 이런 글은 매우 비현실적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가슴 아팠습니다. 

그분에게 쥬씨같은델 가서 관련 경력쌓느니 차라리 스타벅스를 가시는게 좋지 않느냐 권했습니다. 
스타벅스는 스페셜티 커피업계에서 조차 무시당하지 않을 압도적인 파워가 센 프랜차이즈입니다.
그곳에서 배우는 커피공부는 어느정도 기본을 잡아주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최근 스타벅스의 커피는 많은 발전을 가져왔고 실제로 맛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글쓴이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무사히.
profile
@집팔고오신고객님님
캡쳐글.png

 

관련 글 첨부합니다. 한번읽어보셔도 도움될듯해요. 
profile

신지수

2018-03-08 22:38  #401884

내일 좀더 맛있는 커피를 생각하는 말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기분좋게 잘 읽고갑니다 오늘도 좋은하루 내일도 좋은하루 보내시길 :)
profile

커피사랑

2018-03-30 23:25  #416512

커피하나만을 바라보고 정말 힘든시간을 잘 보내신 것 같습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글을 읽는 내내 느껴지고, 커피를 공부함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사는데도 정말 힘이 됩니다. 좋은 경험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이팅!!
profile

KAN 작성자

2018-04-01 12:39  #417109

@커피사랑님
아직 완성된 바리스타가 된것도 아닌데요..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저는 그저 낙담말고 미친듯이 열심을 기해야만
원하는 커피도 계속 만질수있는것이고 일도 할수있는것이라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지금의 현실적인 부분을 보면 비참한 문제가 많은데
직설적인 말로 이렇게 발버둥치며 "커피하고 싶다" 외치고 다녀야 
좋은 커피가 있는곳에서 일이라도! 할수있는것이라 생각합니다.
배움에 있어서는 결코 딴생각 없어야합니다. 기회는 분명 올겁니다, 정말로요.
저도 이글을 쓴 이후에 존경하는 분에게 또 한번 기회를 받았는걸요?
저도 이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내일도 그럼에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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