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 테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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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그라인딩, 어쩌면 가장 부수적이었던 Factor

흔히 커피의 분쇄에서 이야기 되어 왔던 그라인딩이란 단일 영역에서의 일정한 분쇄 집중도를 요구하는 BREWING 용 분쇄와 그 자체로 압력의 생성과 추출 흐름을 제어하기 위한 ESPRESSO 분쇄의 영역에서 주로 논의된 데이터들이 많은 듯 하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라인딩 양상과 향미의 관련성은 주로 단일 그라인더가 보여주는 그라인더 고유의 분쇄 입도 분포의 양상(Particle Distribution) 안에서 해석되어 온 측면이 강하였고, 이는 결과적으로 단일 그라인딩 결과물 안에서 부정적인 측면을 제공하는 요소라고 흔히 알려진, 이를테면 미분(fine)의 최소화 여부와 분쇄 입도 분포의 균일성에 대한 논의로 집중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그라인더 선택에 대한 통속적인 고려사항의 단편적인 예(다양한 추출 방법들을 통합적으로 보자면)로 미분이 적고 입자 집중도가 뛰어나 향미 표현이 뚜렷하다거나, 이원화된 입자 분포를 통해 보다 채널링을 방지하고 특정 향미를 강조한다거나 등의 다양한 선호에 대한 내용들은 사실 추출상태와 현상에 의존하는 그라인딩 결과물에 대한 평가들에 대한 해석의 측면은 아니었을까? 머신과 추출 개념은 여전히 고정된 상태에서 말이다.


전통적인 에스프레소 그리고 현재의 에스프레소

고전적인 에스프레소의 정의에서 가장 뼈대를 이루는 근간은 "액체로 커피층을 투과시켜 성분을 얻는 퍼콜레이션"이란 개념이다. 실제 60년대 이전의 에스프레소는 10년치의 시대별로 끊어봤을 때도 변화무쌍한 격변의 과정이기도 했고,  초기 40년여년 간은 그 정의자체가 모호할 정도로 증기압부터 레버식 가압 방식등 다양한 추출방법 등으로 발전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에스프레소는 빠른 - Express (이젠 상식으로 여겨지는) 의 음료의 제조방법적인 수사의 형태로 지칭되기 이르렀는데, 추출속도를 단축시키면서도 많은 양의 커피 고형분과 오일을 추출하기 위해 도입 된 개념이 바로 압력이었다. 

근대의 에스프레소의 규격과 방법적 정의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던 부분은 바로 레버머신의 구조였다고 보는게 나름 타당하게 여겨질정도인데, 레버 머신의 구동 방식은 현재의 에스프레소의 추출 방식과 정의 등 모든 면에서 일맥상통하는 점들이 많다.

ⓐ 당시 레버 머신의 에스프레소 추출량은 실린더의 크기에 기인했다. 펌프가 쉴새없이 추출수를 끌어 당기는 현재와는 달리 1회 추출에 사용되었던 추출수의 양은 레버를 당기는 순간 실린더 헤드를 채우는 물의 양에 의해 결정됨. => 현재의 에스프레소 추출양의 기초

ⓑ 레버를 당기는 순간 실린더 헤드를 채우는 열수는 자연스레 커피퍽에 닿을 수 밖에 없었고, 지금은 이를 프리인퓨전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당시의 방식으로선 필연적인 과정이었다. 여담이지만, 샷을 당기다(Ppulling shot)라는 용어는 레버머신의 레버를 당겨 스프링 장력을 걸어주는 초기 과정을 묘사한다. 

ⓒ 스프링 레버머신의 추출 압력은 현재의 9기압을 상회하는 10기압 초반의 압력으로 시작해 스프링의 복원력이 점차 후반부로 가며 떨어지며 압력이 감소함. 프리인퓨전에서 추출 종료시까지의 압력 양상은 결국 Pressure Profiling 의 기초 개념이 됨.   

 

다소 뜬금 없이 여겨질 레버머신에 대한 설명은 우리가 접하는 에스프레소라는 음료가 어떠한 형태로 정의되어왔으며, 어떠한 방법으로 추출의 모티프를 얻게 되었는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현재에서도 여전히 널리 통용되는 에스프레소의 훌륭한 정의와 추출 방법이지만, 과연 현재에도 가장 효과적일까?란 물음엔 과연 어떻게 답문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까?  


진화한 Factor : 커피

 커피만큼 음료에서 주재와 부재를 동일하게 명명받는 경우도 드물다만 어쨌든 커피의 모든 것은 커피로 귀결된다. 커피 음료의 퀄리티도 결국 본 재료로서의 커피에 귀속되니 가장 중요한건 커피 자체의 품질일 것이다. 많은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변수, 바로 재료로서의 커피, 그 커피가 변했다.

근 반세기가량 커피 추출의 방식이 변해왔지만, 커피의 변화를 따르기엔 아직도 느리다. 커피의 품질에 따라 로스팅도 변화했고 커피를 마시는 취향도 변해가고 있지만, 에스프레소는 여전히 전통의 규격안에 머무른다 거시적으로 보면 최근의 동향인 가변압도 맷퍼거의 커피샷도 이미 과거에도 무수히 있어왔고, 본질적인 퍼콜레이션의 정의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파격으로 읽히는 것은 어찌된 연유일까?

때에 따라 이슈라고 읽힐 요지도 다분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다양한 장비의 발달과 EK43 같은 그라인더의 재발견(?)등의 상황은 커피의 발전과 더불어 에스프레소의 정의를 보다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저 보다 "정의"에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도 같다.

Range Game and  What's the factors? 

주재(材)인 커피가 다양해졌다. 조리법도 변화해 할 필요성은 필연적이다. 에스프레소 추출을 변수의 싸움으로 보았을 때 여전히 고집이 센 부분은 분쇄의 영역이다. 모든게 유기적이고 에스프레소에서 역시 실은 Brew Ratio 내에서 어느정도의 자유도를 가지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추출 흐름의 측면에서 그 변화의 폭은 굉장히 적은 편이다. 

Brew-Ratio 의 대부분은 "적정 추출 흐름의 범위"안에서 규정되어지며, 시간 역시 강제하진 않는다해도 강박적인 "적절 추출 시간의 범위" 안에서 보기 좋은 추출의 흐름을 위해 세팅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변수가 있겠지만 추출의 흐름을 만드는 가장 큰 변수는 "분쇄"의 영역이 담당한다.(양은 흐름보다는 저항의 영역에 보다 가깝다). 분쇄가 만들어낸 올바른 추출 흐름은 주어진 추출 환경에 가장 종속적인 변수이기에 고전적인 에스프레소 추출 스타일에서는 그 변동폭은 지극히 제한적인 셈이다. 누구나 분쇄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현재의 새로운 커피와 로스팅에 가장 좋은 분쇄의 영역은 고전적 에스프레소 추출의 관점에서 미지의 영역일 수 있다는 말이다. 

추출 흐름은 대게 향미와 관련되지만, 좋은 향미의 퍼콜레이션 커피가 꼭 좋은 추출 흐름을 보인다고 정의 내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역으로 좋은 추출 흐름이 꼭 좋은 향미의 커피를 만드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일이다. 최근 에스프레소용 로스팅이 브루잉용 로스팅과 분리 될 필요가 있는가?하는 논의도 같은 맥락이다. 


Match Point : 그라인딩 프로파일 VS 그 밖의 것들

한번쯤은 '다양한 분쇄 알갱이를 가장 중심에 두고 나머지를 조율해보는 방법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적절한 추출 흐름안에서 좋은 맛을 찾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맛을 나타내주는 분쇄를 위해 커피 이외의 추출 변수를 조절하는 에스프레소는? 고전적인 레버 머신도 Pressure Profilig 기능을 탑재한 현재의 고급 머신들도 본질적으로는 펌프가 만드는 압력의 고집에서 벗어나 그라인딩 프로파일에 자유로움을 전해주는 머신들인 셈이다. 물론 이마저도 적정 흐름의 범위를 일탈하진 않는다는게 흥미로운 점이다.

EK43 이 머신의 제한점에서도 한계를 극복할 그라인딩 프로파일을 전해주긴 했지만, 그라인딩 프로파일은 에스프레소의 발견 초기부터 있어왔던 변수였음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EK43이 현재의 커피들로 하여금 고전적인 머신이 가진 핸디캡을 극복하게끔 했다면, 기존의 에스프레소 그라인더들도 관점의 변화로 충분히재미난 접근이 가능하다고 본다. 머신은 이미 충분하리만큼 발전해왔고 그라인더도 역시 충분하다.

추출에서 미분의 영역과 일원적 분포, 혹은 이원상, 삼원상의 분포는 맛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에스프레소의 영역 뿐만 아니라 그동안 추출 흐름의 그늘에 가리워져 Grinding Profiling 은 가장 주목 받지 못했던 영역이진 않았을까? 예를 들어 두대의 그라인더가 만들어내는 한잔의 커피는? 결정은 항상 사용자 몫이지만 한번쯤은 탐구자가 되어 볼 필요도 있지 않을런지..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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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2014-05-09 00:17  #4294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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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작성자

2014-05-09 08:38  #42968

@브로콜리님
부끄럽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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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9 00:51  #42954

의도적으로 두대의 그라인더를 이용해 만들 생각은 한적이 없지만 갈다가 모자라른 상태였는데 다시 갈긴 귀찮아서 옆에 도저에 남아있던 원두를 담아 뽑았던 적이 있는데 메시의 차이가 있었는데도 추출은 잘되더군요 다만 두 그라인더간에 원두가 달랐고 원두와 원두간에 조합과 포터필터에 담긴 양적인 균형이 안맞았던게 컸던거 같아요 긍정적이진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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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작성자

2014-05-09 08:40  #42971

@포브님
네 에스프레소에서든 브루잉에서든 상황에 따라 조율할 필요성은 필연적이 아닐까 합니다. ^^ 기존의 룰과 향미에 입각한 로스팅이었다면 굳이 현재 상태를 바꿀 필요는 없을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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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죽걸이

2014-05-09 07:40  #42960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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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작성자

2014-05-09 08:40  #42974

@딴죽걸이님
별말씀을 커피는 잘 마시고 있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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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죽걸이

2014-05-09 08:57  #42977

@서리님
아침에도 한잔 저녁에도 한잔

이거 커피 마시는 만큼 운동했으면 벗고 다닐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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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작성자

2014-05-09 09:00  #42981

@딴죽걸이님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