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컬럼 정보

오토 브루잉 머신의 약진, 커피바에 부는 변화의 바람과 바리스타 역할의 변화

2020-03-12  



시애틀 앵커헤드 커피의 푸어스테디 소개 영상 ⓒBlack Water Issue

 



오토 브루잉 머신의 약진, 커피바에 부는 변화의 바람과 바리스타 역할의 변화




2,000년대초 처음 스페셜티 커피라고 불리는 3의 물결이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던 시절에 많은 사람이 스페셜티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리스타의 전문성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쓰지만 인기 있는 음료였던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바 건너 편에서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던 시절, 바리스타는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고, 그 모습은 만들어진 결과물로써의 한 잔이 아니라 바리스타에 의해 창조되는 한 잔의 결과물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이는 재료의 본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고, 이제 많은 소비자들도 커피의 본질인 재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불과 얼마되지 않은 기간에 비약적인 관심과 발전을 이루어 왔다.


분명 그 중심에는 이 산업에 속해 있는 바리스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문성을 내세운 전세계 유명 바리스타들은 이제 커피 필드에서만의 유명인이 아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유명한 폴 바셋이나 찰스 바빈스키와 같은 인물은 커피 덕후가 아니면 알 수 없었던 필드에서나 유명한 셀럽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커피의 맛과 본질 그리고 결과물을 만드는 바리스타들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자본과 손을 잡았고, 그 결과 스페셜티 커피는 이제 몇몇 커피 애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미식의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마치 수요가 늘어나면서 소비재의 생산을 위해 산업 혁명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스페셜티 커피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제 많은 사람들은 특별한 커피를 찾게 되었고, 이는 바리스타를 대체할 필연적인 제품들의 탄생을 예고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Poursteady 3group의 모습 ⓒpoursteady



특히 매뉴얼 브루잉 커피(Manual Brewing Coffee, 흔히 드립 커피라 불리는 추출 방식의 커피) 혹은 푸어오버 커피 방식(Pourover Coffee)에서는 자동화가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카노보다는 개성있는 싱글 오리진 커피의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어떤 매장에서는 아메리카노라 불리는 메뉴를 브루잉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는 한 잔에 서브까지 10분 가량 소요될 수 있는 어찌보면 비효율적인 생산 방식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미 우리는 브루잉 커피를 아주 오래전부터 즐기고 있었다. 오토 브루어, 흔히 가정용 커피 브루어가 바로 그것이었다. 다만 커피가 달랐을 뿐. 이 과정에서 네덜란드의 모카마스터는 스페셜티 커피 전용 브루어라는 수식어를 달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어 윌파 브루어를 비롯하여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발판으로 많은 오토 브루어들이 스페셜티의 인기에 힘입어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모카마스터 류의 오토 브루어는 잔 용량의 추출이 아닌 서버 용량의 추출이기에 바리스타가 즉석에서 잔 분량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모카마스터는 스페셜티 커피를 대중들에게 효과적으로 소개하는데 좋은 역할을 담당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커피 애호가이면서 개발자였던 많은 엔지니어들은 바리스타의 서비스 영역까지 어느 정도 담당할 수 있는 머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결국 커피의 신선함과 일관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좇기 시작한 것이다.



마르코의 SP9 소개 영상 ⓒBlack Water Issue

 


이는 핫 워터 디스펜서로 유명한 마르코사의 SP9나 미국의 로봇 엔지니어가 개발한 푸어스테디, 훼마의 XC30 등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푸어스테디의 경우, 기존의 숙련된 바리스타가 추출하는 매뉴얼 브루잉 커피와 가장 흡사한 결과물을 제공하는 머신으로 이미 유명하다. 국내 모 유명 베이커리에서 실제 푸어스테디로 아메리카노를 제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꽤나 깊은 인상을 받은 바 있다.



푸어스테디 창업 초기의 멤버들을 볼 수 있는 영상. 출처: 브루클린 인디펜던트 미디어 유튜브 피드

 


푸어스테디의 창립자인  Stephan von Muehlen, Mark Sivenac, Stuart Heys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US 밀리터리와 함께 로봇 공학 프로젝트 부문에서 10년 가까이 협업을 한 엔지니어였다. 그들이 푸어스테디를 통해 표방하고자 했던 목표는 "바리스타"였다고 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오토 브루어와는 달리 한 잔씩 서브하는 바리스타의 서비스 영역을 훌륭하게 커버했고, 또한 마르코사의 SP9와 다르게 하나의 추출구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각 잔을 추출하는 사용자 경험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또한 각각의 드리퍼에 분쇄된 원두를 얼마나 도징(Dosing)할 것인지 물을 얼마나 부어주고, 몇 번에 나누어 추출을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추출 레시피를 설계할 수 있는 기능(심지어 물을 붓는패턴을 설정할 수도 있다.)은 바리스타들에게 있어서 그들이 보다 창의적인 일과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볼 수 있다.



The new Onyx Coffee Lab location in downtown Bentonville, Arkansas. Photo by Keetun Pierce, courtesy of Onyx Coffee Lab. 

최근 2020 US 바리스타, 브루어스컵까지 2개 부문에서 우승한 바 있는 Onyx Coffee Lab의 새로운 매장 전경



이런 편의성 때문에 푸어스테디는 출시 후 카페 매장에서 뿐 아니라 구글,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선택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최근에 미국내 오픈 중인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에서는 푸어스테디를 하나의 옵션으로 생각하여 브루잉 커피를 제공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싱글 오리진 커피의 매력과 차이를 인지하고 있으며, 이는 브루잉 커피의 수요가 향후 증가할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브루잉 커피의 자동화가 바리스타들의 역할에 미치는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 보다 잘 알고 대처한다면 바리스타들 역시 이러한 변화를 꼭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것이다. 서비스는 감정이 없는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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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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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라프

2020-03-12 12:31  #1195083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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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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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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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steryCafeIctus

2020-03-13 04:28  #1195679

여기저기 카페에서 브루잉 머신을 많이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말 약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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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b

2020-03-13 09:38  #1195749

아우 몸값높은 녀석. 갖고싶다. 몸으로 떼우는데 그래도 있으면 너무 좋겠다 생각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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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별

2020-05-04 23:19  #1237870

향후 바리스타는 커피 제조에 관해 어떤 부분에서 의미가 있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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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시커

2020-05-07 11:43  #1239707

좋은 정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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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9

2021-02-15 19:31  #1465272

잘보고 갑니다. 푸어스테디 관심이 가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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