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투어리스트

힙합의 성지에 들어온 듯한 공간, 군 드립 커피숍

2020-06-19  




힙합의 성지에 들어온 듯한 공간, 군 드립 커피숍


화려한 조명의 인기가 서서히 식어갈 무렵, 많은 커피인들의 피드가 다시금 화려하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미 아는 사람들은 한 번씩 들러 '샤라웃'을 외치고 왔다는 그곳. 힙합의 향기가 진하게 풍겨 나오는 서교동 힙스터들의 아지트가 될, 군 드립 커피숍이다.


 딱히 간판이라곤 주황색 입간판이 전부지만 해가 떨어진 후엔 입구 위쪽에 달린 네온사인을 찾으면 되니 한결 쉬워진다. 


군 드립 커피숍은 GO+ON의 GOON과 에스프레소 머신 없이 드립으로 서브 되는 커피숍이 합쳐진 말이다. 가슴에 품고 있는 그것을 놓지 말고 계속한다면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군 드립 커피숍은 Keep go on을, 그리고 '샤라웃(Shout out)'을 외치고 있다. 발음하기 편하면서도 쉽게 기억되는 이름인 듯하다.


 까만 드럼통을 계산대로 사용하고 있다. 왼쪽의 다이어리는 원두 설명이 가득한 메뉴판이다. 

 누가 봐도 이곳 사장이 누군지 알겠goon 

 왠지 로스팅 룸에 들어가기 전에 가진 것을 다 내놔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레이그리스트밀 출신 바리스타이자 로스터인 임하람 사장님은 한 곳에서 정기적으로 생두를 받기보다는 여러 생두를 소량씩 구매해 직접 샘플 로스팅을 한 후 테이스팅 해보고 각각 주문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이곳에서 다루는 원두의 종류도 꽤 되었는데, 생두의 출처는 각기 다르지만, 메뉴판에 가지런히 정리해 놓으니 한 종류 같은 느낌도 든다. 드립커피 메뉴는 원두에 대해 상세히 적어놓은 다이어리를 이리저리 펼쳐본 뒤 고르면 된다.


 총 구매는 px에서... 


로스팅된 원두를 구매하려면 매장 한 쪽에 자리 잡은 선반에서 골라잡으면 된다. 모자나 티셔츠 같은 MD 상품들도 함께 구매할 수 있다. 참, 총은 판매하지 않으니 혹시라도 저기 저 총을 구매하고 싶은 분들은  PX에 가면 최신형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일명 '아시바'를 그대로 두어 그만의 힙함을 살리려 한 듯하다.

 나름대로 고가인 펠로우 스태그 드립포트에 라카 스프레이를 뿌리는 클라스. 그 옆엔 낯익은 스티커들이 많이 붙여있다.


공간은 전체적으로 힙합을 말하고 있다. 막연히 '힙합' 하면 생각나는 것들을 벽과 지지대에 걸어두고, 라카 스프레이로 그리고, 붙여놓았다. 정갈하게 정리 된 커피 바 위의 용품들에게까지 침범한 그래피티와 지하 공간 특유의 음산함, 웨스트코스트의 갱스터 힙합 느낌이 물씬 나는 살기 가득한(?!) BB탄 권총까지. 커피 마시러 왔지만, 왠지 필자 몸속에 흐르는 흥은 이미 비트를 흔들어 재끼고 있었다.


 

 이곳에서 방명록을 작성할 수 있다.


 테이블과 의자가 꽤 높지만 필자는 키가 2m 31cm 밖에 안 돼서 전혀 안 불편했다.


공간에 좌석은 많이 두지 않았다. 커피 바 옆의 의자 몇 석과 미국 펍을 연상케 하는 높디높은 테이블 두어 개, 낮은 구석의 테이블 두어 개 정도이다. 테이블이 몇 개 없어서인지 공간을 돌아다니기엔 나름대로 쾌적하다. 무언가 기념할 일이 있을 때 스탠딩 파티하면 딱 좋아 보인다. 


 그 와중에 스푼을 잘 보면 삽이 보인다. 삽질을 해야 저 푸딩을 먹을 수 있다. 참고로 삽질은 필자 전문이다. 


디저트류는 딱 하나 있다. 바로 바나나 푸딩. 최근 필자의 가족들이 시작한 다이어트 덕분에 집에 바나나가 쌓여 있어 질리도록 먹었지만 그래도 이곳의 유일한 디저트이기에 주문해보도록 한다. 바나나를 으깬 것인지 믹서기에 간 것인지 모르겠으나(아마 으깼을 것이다.) 맨 밑에 깔린 쿠키와 함께 꾸덕꾸덕한 바나나를 한 입 베어물으니 집에 있던 바나나가 다시 보인다. '바나나에게 반하나'라는 아재스러운 드립도 용서가 되는 맛이다.


 메뉴를 주문하면 건네주는 쿠폰과 goon번줄.


 하필 필자가 앉은 자리의 바로 뒤엔 얼룩 무늬의 모자가...


음료와 디저트를 주문하면 'goon' 도장이 찍힌 쿠폰과 주문 확인용인 goon번줄을 건네준다. 파주 문산에 있는 1사단에서 현역 군 생활을 만기 제대한 필자는 파주 방향으로는 소변도 안 보는데 왠지 goon번줄을 받으니 옛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나 괜히 몸이 여기저기 쑤시는 느낌이다.


 

 힙합 씬에서 'Move the Crowd'는 "관중을 움직이는 사람" 으로, MC를 뜻하는 말로 통하기도 한다. goon중을 움직일 수도 있고..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기가 여간 쉽지 않은 요즘, 그럼에도 가슴속에 품고 있는 그것을 놓지 않고 이른바 '존버'정신으로 go on한 goon 드립 커피숍. 많은 커피인들이 이곳에 방문해 맛있는 커피와 함께 히비디힙! 히비디합!을 외치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힙합 전사가 되겠goon.


샤라웃 투 비 떠블유 아이 에스 에스 유 이!




※ 글, 사진 :  블랙워터이슈 이지훈 에디터

instagram : @ljhoon17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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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ilter

2020-07-06 14:21  #1288326

그그밀에서 처음 사장님 뵀던 거 같은데 완전 다른 스타일의 카페를 오픈하셔서 반전 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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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디터지훈 작성자

2020-07-10 12:48  #1292001

@Huilter님
그쵸^^ 방문해보셔요 느낌이 또 다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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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빠

2020-07-13 07:57  #1293794

샤라웃? 아...아.... 셧아웃.... 컨셉 조으네요, 다만 명판 보구 쿡~ 하고 웃음짓고 말았는데... 저건.. 좀 힙합 swag 와는 거리가 있는듯 한 느낌.. 그래서 킥~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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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디터지훈 작성자

2020-07-24 10:09  #1303678

@송빠님

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