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hink

전자동 바리스타 시대 feat. WLAC

2024-01-16  



전자동 바리스타 시대의 서막 feat. WLAC


라떼 아트를 중심으로 한 해외 바리스타 커뮤니티의 분위기가 사뭇 침울합니다. 이번 WLAC(월드라떼아트챔피언십)의 공식 머신이 전자동 머신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공식 발표된 2024-2027 WLAC 공식 머신은 서모플랜사의 블랙&화이트 CTS 머신이며 보시듯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입니다.


 

 


공식 발표로서는 이례적으로 WCE 측은 해당 채널 포스트의 댓글 창을 막아두었습니다.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보시는 분들이 더 잘 아실 수 있겠지요. 실제로 2024년 대회를 위한 룰북에는 이러한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사용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section 4.1.2

"Competitors must use the espresso machine supplied for by the official WLAC espresso machine sponsor. The WLAC-provided espresso machine has a fixed technical configuration and cannot be altered by the competitors. The espresso machine will be calibrated to the following specifications: the temperature will be set between 90.5-96 degrees Celsius (195-205 degrees Fahrenheit), and the pump pressure set between 8.5 and 9.5 bars (atmospheres)." 


 "The espresso machine can be a semi-automatic machine or a fully-automatic machine. In the case of a fully-automatic espresso machine, a non-automated steam wand (either  integrated in the fully-automatic espresso machine or separate) will be the only method allowed for preparing the milk." 


"참가자는 공식 WLAC 에스프레소 머신 스폰서가 제공한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해야 합니다. WLAC가 제공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기술적 구성이 고정되어 있으며 참가자가 변경할 수 없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다음과 같은 사양으로 보정됩니다: 온도는 섭씨 90.5-96도(화씨 195-205도), 펌프 압력은 8.5-9.5바(기압) 사이로 설정됩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반자동 머신 또는 전자동 머신일 수 있습니다.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의 경우, 우유를 준비하는 데는 비자동 스팀 완드(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에 통합되거나 별도)만이 허용됩니다."  


그라인더에 관한 4.2항도 유사하게 변경되었습니다.


The grinder rules section 4.2

 "Competitors must use the provided official WLAC grinder during their performance. The grinder can be a stand-alone grinder, or part of a fully-automatic espresso machine.   "Competitors can adjust the grinding size when provided with a stand-alone grinder. The stand-alone grinders will be set to an approximate setting, but it is up to the barista to fine-tune this setting to their personal requirements within the 5 minutes preparation time.  

 "In the case of a fully-automatic espresso machine that includes an internal grinder being provided, each machine will be set to the same settings for all stations by the sponsor. It is up to the competitor to check the setting within their preparation time.


"참가자는 경기 중에 제공된 공식 WLAC 그라인더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라인더는 독립형 그라인더 또는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의 일부일 수 있습니다. 독립형 그라인더가 제공되는 경우 참가자는 그라인딩 크기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독립형 그라인더는 대략적인 세팅으로 설정되지만, 5분의 준비 시간 내에 이 세팅을 개인의 요구 사항에 맞게 미세 조정하는 것은 바리스타의 몫입니다."   

"내부 그라인더가 포함된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이 제공되는 경우, 각 머신은 후원사가 모든 스테이션에 대해 동일한 설정으로 설정합니다. 준비 시간 내에 설정을 확인하는 것은 참가자의 몫입니다."  




적어도 2027년 대회까지 라떼아트 선수들은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시연을 치뤄야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위 규정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이 제공될 경우 바리스타는 분쇄도 조절도 불가능합니다. 순수하게 에스프레소에는 관여할 수 없고, 오로지 스티밍과 Pouring 영역만이 바리스타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된겁니다. 

전자동 머신의 역량과 가능성에 대해서 저는 큰 불만은 없습니다만, 적어도 대회가 추구하는 것 가운데 큰 덕목 가운데 하나를 바리스타의 전문성과 창의성이라고 본다면, 이 부분은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비단 저만의 생각은 아닐겁니다. 제임스 호프만 역시 관련 유튜브 영상에 아래와 같은 댓글을 남겼습니다.



특히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정말 놀라운 스폰서십입니다. 보통 블라인드 입찰을 통해 스폰서가 선정됩니다. 써모플랜이 이 스폰서를 따냈다는 것은 두 번째로 높은 기계 스폰서와 가장 높은 그라인더 스폰서를 합친 것보다 더 높은 입찰가를 써냈다는 뜻입니다. 즉, 써모플랜에게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거나 (아마도 다른 사람에게는 그만한 가치가 없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레모와 마캅이 이전 스폰서였는데, 기계 판매와 브랜드 가치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다시 입찰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WBC는 큰 대회이고 역사적으로 다른 대회를 후원하는 브랜드들의 숨통을 틔워주었습니다. 라떼 아트 종사자들이 업계에서 저평가되고 있다고 느낀다는 말씀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네요. 

WBC의 경우 머신이 입찰할 수 있는 기술 요건이 상당히 엄격했지만 다른 대회의 경우 어떤 요건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요구 사항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은 스폰서십에 참가할 수 없었지만 다른 대회에서는 더 개방적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이 이상하고 혼란스럽게 느껴지며, 온라인의 반응(그리고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이 저를 조금 슬프게 합니다.


제임스 호프만의 의견대로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 모두를 전자동 머신 하나가 대체하는 형태이므로, 철저히 경제적 이윤으로 인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대회 역시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하므로 경제성의 문제는 언제든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됩니다. 문제는 투명성입니다. 이러한 바리스타가 주역이 되는 대회라면, 적어도 이러한 큰 결정에 관해서는 그만큼 더욱 큰 소통과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하겠지만 아쉽게도 여전히 공식 계정의 댓글 창은 막혀있습니다.

제임스의 의견대로 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어디서나 크게 공론화되지 않는다는 점이 슬프기까지 합니다. 예전 저 역시 환호했던 기존 대회들의 위상과 명성이 점차 빛을 잃어가는 기분이랄까요. 무엇이 문제인지 세계 커피 커뮤니티가 함께 논의해봐야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profile

ABOUT ME

COFFEE GEEK with BWISSUE
커피 컬럼 아카이브
- http://sprogeeks.com
- https://patreon.com/sprogeeks
블랙워터이슈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