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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 정겨운 무드에 단골이 될 수밖에, 인천 디벨로핑룸

2021-05-15  




동네의 정겨운 무드에 단골이 될 수밖에, 인천 디벨로핑룸


필자에게 인천은 언제나 가깝지만 먼 도시다. 매일매일의 퇴근길 동인천 급행열차에 몸을 싣고 다니면서도 인천으로 향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나는 부천에 살아."라고 하면, "아 인천?" "아니, 인천 옆에 부천이라고 있어"라며 부천에서 나고 자란 필자는 늘 새로운 인연들에게 부가 설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인천에 대하여 억울한 마음이 늘 있었던 것이었을까, 인천엔 왠지 발길이 닿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인천 구석구석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절친한 동생의 행사 방문차 인천으로 향한 김에 언젠가 꼭 방문하리라 다짐했던 디벨로핑룸에 방문했다.


생각보다 넓은 실내에 안정감이 느껴진다.


번화가로부터 조금 떨어져 보이는 연수구의 어느 한적한 동네를 걷다 보면 갓길 주차한 차량들 사이로 작은 디벨로핑룸의 입구가 보인다. 첫 느낌에 그리 넓어 보이지 않던 외관과는 다르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넓고 탁 트인 공간에 필자의 동공도 그에 비례하듯 커졌다. 동공이 아니라 내 눈이 커졌으면 했는데 말이다. 빈자리가 많았던 시간이라 딱히 어딜 앉을까 고민하느라 동공이 커진 건 안 비밀이다.


정갈하게 진열해둔 카메라들

벽면에 붙어있는 사진들은 모두 박기범 대표가 직접 찍은 사진이다.


디벨로핑룸은 필름을 현상한다는 의미의 'Develop'과 맛의 발현 구간을 의미하는 'Developing time'에서 시작되었다. 이 두 단어가 가진 의미의 공통점은 커피와 사진에 잠재되어 있는 고유의 색과 뉘앙스를 발현 시킨다는 것인데, 디벨로핑룸은 각각의 커피가 가진 개성을 체계적인 로스팅을 통해 구체적으로 밝혀내는 역할을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조금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지금쯤 대표님이 사진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를 방증하듯 디벨로핑룸의 이곳저곳에 정갈하게 진열된 필름 카메라와 벽면 곳곳에 전시된 필름 사진들이 눈에 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필름과 카메라, 사진'에 진득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치고 맛없는 커피를 만드는 사람은 없다.'는 나만의 지론을 가지고 있는데 역시나 커피가 맛있다.


충분히 맛있게 먹었던 쿠키


점심이 되기 조금 전 방문하면 디벨로핑룸은 힘찬 열기와 함께 부풀어 오르는 스콘의 향이 매장을 가득 채운다. 혹시라도 공복에 방문했다면, 강력하게 코를 자극하는 스콘을 주문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필자는 스콘 굽는 냄새에 취해 얼른 주문해 먹고 싶었으나, 오븐 속에서 탈출할 기미가 없는 스콘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떠나야 할 때가 되어 먹지 못했다. 다행히 쿠키가 남아있어 허기진 배를 달랠 수 있었다. 


DIEDRICH사의 ROASTER IR2.5 / IR5를 사용하며, 농밀한 단맛과 클린컵에 집중하여 로스팅을 한다고.

칼리타 드립세트를 진열해두고 브루잉은 하리오로 하시더라. 칼리타 의문의 1패인 건가.

인스타 갬성에 진심인 편


어떤 커피를 마셨는지 일일이 적어두질 않아서 무슨 커피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기대를 많이 하고 갔고, 필터 커피를 주문해 한 모금 마시고는 "오~ 역시."라며 만족스러웠던 감상을 했다는 것 정도. 필자는 SNS상에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데, 디벨로핑룸 포스팅을 올리니 서울이나 지방에 살던 분들도 디벨로핑룸까지 찾아가 커피를 맛볼 정도로 커피가 만족스러웠다며 나에게 피드백을 주었다. 


목제 가구와 녹색 식물이 많이 보여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가구 공방으로 보기도 한다고.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알 만한 서울의 커피 업계에서 일했던 박기범 대표는 사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고향이다. 지금의 동네가 위치적인 제약이 있어 보이지만, 그보다 고즈넉한 무드라서 딱 좋다고 말한다. 눈이 닿는 곳들에 나름의 규칙대로 배치된 녹색 식물들과 목제 가구들이 풍기는 안락한 느낌, 그리고 친절한 바리스타의 온기가 더해지고 정겨운 동네의 무드와 맞물려 많은 동네 주민들을 단골로 만들었다.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려 노력한다는 디벨로핑룸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듯하다.



디벨로핑룸만을 위해서 인천에 가라면 기분 좋게 갈 수 있을 듯.


가깝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인천. 그래서인지 더 발걸음이 닿지 않았던 인천에 가야 할 이유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다음번엔 인천의 다른 곳곳들을 찾아다녀봐야겠다는 결심이 든다. 서울이나 그 외 지역 분들에겐 인천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이자, 인천 분들에겐 숨은 커피 맛집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그리고 디벨로핑룸을 통해 인천의 다양한 곳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인천 연수구 디벨로핑룸에 방문해 그만의 정겨움을 느껴보시길.






※ 글, 사진 :  블랙워터이슈 이지훈 에디터

instagram : @ljhoon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