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뉴스

[시즌이슈] 얼음(3), 한국의 아이스킹 '아이스팜 정준양 대표'

201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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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al Issue 2015 #1

ICE (3)

한국의 아이스킹, 아이스팜 정준양 대표




19세기 천연빙을 전세계적으로 유통하면서 재벌이 된 미국의 아이스킹 프레더릭 튜더의 회사는 인공 제빙기의 등장으로인해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후 보다 쉽게 제조될 수 있는 인공 제빙 얼음의 편리함에 의해 크고 단단하고 투명한 천연빙 역시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쳇바퀴 속에서 단지 번거로운 제품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대빙 혹은 판빙이라 불리는 대형 얼음은 식용보다는 공업용 혹은 보관용으로 사용되며 그 가치를 잃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앞서 두번째 기사에서 언급된 것처럼 미국의 Hundred Weight Ice와 같은 밀도가 높아 잘 녹지 않는 얼음을 선호하는 고급 위스키 시장의 니즈와 맞물려 등장한 아이스 컴퍼니들은 그동안 생산되던 얼음의 수준을 Craft 프로덕트로까지 올려 놓았습니다.


위스키 시장의 니즈와 더불어 고급 커피 시장이라 불리는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매니아들은 기존의 제빙 얼음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이 정성을 들여 추출한 커피 본래의 비율을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전하고자 제빙 얼음이 아닌 판빙을 카빙하여 만든 얼음을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여의도의 비터 커피와 보광동의 헬카페에서는 추출한 커피의 본래 비율이 희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이스 블록을 카빙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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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비터커피로스터스에서 사용하는 아이스 블록이 들어간 자몽에이드, 블록 얼음은 완전히 녹는데 5시간 가량 소요된다.




여의도 비터 커피로스터스의 김상우 바리스타는 비터 커피로스터스가 위치판 여의도의 상권 특성상, 여름철 손님들이 커피를 사무실로 들고가게되면 이동중 얼음이 녹아버려 커피가 밍밍해지는 현상을 보고 좀더 느리게 녹는 커피얼음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아이스팜의 정준양 대표를 만나게 되었고, 기존 얼음에 비해 3-4배 느리게 녹는 아이스 블록을 사용함으로써 비터커피는 오피스족들에게 커피맛뿐 아니라 디테일한 요소까지도 고려하는 대체 불가능한 커피전문점이라고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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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동 헬카페의 융드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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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동 헬카페에서 아이스 드립을 서빙하기 위해 아이스 블록을 카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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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동 헬카페의 아이스 드립. 헬카페의 아이스 드립에는 아이스팜의 아이스 블록이 사용된다.




보광동의 헬카페는 대표하는 메뉴 가운데 하나인 융드립 커피를 제공하면서 묵직하면서도 풍성한 단맛을 가진 드립 커피 본연의 맛이 지속될 수 있도록 바텐더들로부터 소개를 받아 아이스팜의 정준양 대표의 아이스 블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제빙기 얼음이 아닌 아이스 블록 얼음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앞선 1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얼음공장에서 48시간 동안 천천히 얼린 단단하고 투명한 얼음을 사용하여 커피의 맛이 희석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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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팜의 정준양 대표




취재과정을 거치며 얼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바텐더와 바리스타들을 매료시킨 아이스 블록을 만들고 있는 아이스팜 컴퍼니의 정준양 대표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블랙워터이슈 컨텐츠 팀은 아이스팜 정준양 대표님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양주시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우리를 만난 아이스팜의 정 대표님은 서글서글한 웃음을 머금으며, 얼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아주셨습니다. 마치 스페셜티커피 필드의 바리스타들처럼 얼음이라는 대상에 대한 본인의 애정을 열정적인 어투로 느낄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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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팜 얼음 공장 내부




사실 국내 얼음 시장의 대부분은 공업용 혹은 보관용 얼음 시장이며, 얼음을 식용으로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기존 상식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합니다. 보통 얼음 비지니스를 하는 사장님들의 경우 주업은 얼음이 아닌 석유로 여름에 얼음을 파는 것은 단순히 아르바이트 정도의 소일거리로 하는 것이 업계의 평범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얼음은 정대표님에게도 역시 부수적인 아르바이트와 같은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기존 얼음 시장의 비위생성과 석유와 얼음을 한 공간에 놓고 판매함으로써 얼음에서 석유의 냄새가 난다는 소비자들의 컴플레인을 겪으며 전문 식용얼음시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겨울에도 얼음을 지속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게되었다고 합니다. 시장조사를 통해 일본에서 일년 내내 얼음 제조와 판매만으로 비지니스를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그 시장의 핵심 필드가 고급 주류 시장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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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팜에서 제조한 아이스볼의 모습




이후 주류시장의 바텐더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들의 얼음에 대한 관심과 열의, 배움에 영향을 받게 되었고, 자신이 판매하는 얼음에 대해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얼음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적어도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후 일반적으로 포장, 판매하던 다른 얼음 업체들과는 달리 규격을 정하여 식품에 사용하는 폴리에틸렌 비닐로 포장을 시작했습니다. 또한 아이스 블록의 경우 모서리 부분이 열에 취약하기 때문에 바텐더들은 아이스볼을 선호했고, 이를 더욱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국내 최초로 일본으로부터 아이스볼 제조설비를 수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류 업계에 아이스팜이라는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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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팜 얼음 공장에서 제조되는 아이스볼의 제조 과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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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팜 얼음 공장에서 제조되는 아이스볼의 제조 과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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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팜 얼음 공장에서 제조된 아이스볼




아직도 자신이 만드는 얼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정대표님의 꿈은 72시간 정도의 느린 냉동으로 얼린 아주 단단하고 투명한 얼음을 국내 최초로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직 얼음이라는 카테고리에서 국내 시장은 음료문화 선진국에 비해 수십년 정도 뒤쳐진 상황이지만 인식이 깊어져가는 현재의  주류, 커피시장에서 시스템이 조금 더 뒷받침 된다면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정대표님의 결연한 표정에서 미국의 아이스킹이었던 프레더릭 튜더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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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팜 얼음 공장에서 제조된 아이스블록




취재를 진행하며 그동안 한잔의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까지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커피가 만들어진 이후까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시기가 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각 필드에서 자신의 전문성에 더해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제품을 만들어 나아가는 정준양 대표님과 같은 분들이 있기에 더 나은 한잔의 커피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오늘도 진행중인 것 같습니다.



1편 : ICE(1), 녹지 않는 얼음을 찾아서

2편 : ICE(2), 미국의 아이스킹 Hundredweight Ice




아이스팜 정보

A.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삼일로342번길 240번지

T. 02-3492-9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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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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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

2015-09-02 02:55  #137452

열정이 느껴집니다:) 얼음 때문에 고민이 있긴 한데...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꼭 고려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