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리젠시아의 한국진출 예고를 보며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와 파트너십을 맺은 MH파트너스가 인텔리젠시아의 국내 매장 오픈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 공식 수입원으로 인텔리젠시아 커피와 상품을 국내에 소개해 온 MH파트너스가 계약의 범위를 확장해 매장 운영의 권리를 얻은것인데 캐나다의 팀홀튼(Tim Hortons)과 피츠커피(Peet's Coffee)도 단 시일 내 출점을 앞두고 있어 올 하반기 해외 커피 브랜드의 각축전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미국 스페셜티 커피 3대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며 지금 우리가 즐기고 있는 스페셜티 커피 문화의 효시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브랜드 인텔리젠시아. 약 10여년 전, 커피를 막 접하며 스페셜티 커피 문화의 문턱 언저리에 있던 필자에게 인텔리젠시아는 마치 쉬이 범접하기 어려운 서방의 선진 문명의 정수처럼 보였습니다. 재밌는건 그게 정작 인텔리젠시아의 커피는 맛 보기도 전이었고 저에게 그토록 강한 인상을 남긴건 캘리포니아 베니스의 매장을 배경으로 한 단 한편의 영상이었다는 점 입니다. 

Espresso Intelligentsia ⓒThe Department of the 4th Dimension on Youtube

영상은 2008 US 바리스타 챔피언 Kyle Glanville(현 gget, G&B coffee의 CEO)이 에스프레소에 대해 담담히 설명하며 샷을 추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의 기술적 관점으로는 다소 투박한 에스프레소 추출 테크닉이지만 당시 영상을 통해 전해진 Kyle의 카리스마와 인텔리젠시아라는 독보적인 브랜드의 후광, 커피의 컬러를 부각시킨 Leave Color 효과가 적용된 흑백영상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했습니다. 바리스타의 멋을 정점으로 끌어올린듯한 영상이었다고 표현하면 적절할 듯 합니다.

그로부터 몇년 뒤, 2014년 TPE Seoul에 의해 Stumptown이 한국에 런칭되며 본격적으로 해외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국내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마련됐고 뒤이어 호주의 Dukes, Normcore, Small Batch 독일의 Bononza, The barn, 덴마크의 Collective 등 세계 유수의 커피브랜드가 연이어 한국에 소개되었죠. 해외 커피브랜드의 국내진출은 국내 스페셜티커피 팬들에게 즐거운 경험이었고 단지 색다른 로스팅 스타일 뿐만 아니라 각국의 라이프 스타일이 녹아든 문화가 함께 전해지며 국내 커피문화는 샐러드보울처럼 다양한 커피스타일이 공존하는 현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TPE Seoul 개점 당시의 에피소드를 담은 '카페인 서울' ⓒPancakeEpidemic on Youtube

여러분은 국내 인텔리젠시아의 매장 오픈 이후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10년전이었다면 상황이 많이 달랐겠지만 그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 한 국내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의 약진과 이에 학습된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는 해외 브랜드에 대한 맹목적 환호보다는 인텔리젠시아가 어떤 특별함을 보여줄지에 대한 냉철한 평가의 시선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집니다. 한 때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지금은 인기 플레이어 중 하나로 자리 매김 했을 뿐 이렇다 할 효과성을 발휘하지 못한 블루보틀 정도에 그칠지 아니면 눈에 띄는 행보로 인텔리젠시아다움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며 국내에서 또 한번 인텔리젠시아의 골든에라를 보여주게 될지, 귀추가 주목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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