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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ory&Practice] 물이 에스프레소 추출 관능에 미치는 영향성에 대해

2023-09-26  




[Theory&Practice] 물이 에스프레소 추출 관능에 미치는 영향성에 대해


몇일 전 연락 한통을 받았습니다. 커피 장비 수입사 두리트레이딩 이사님으로 부터였는데, 내용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에스프레소 추출 관능 문제였습니다.

클라이언트는 이미 몇대의 머신 판매로 인연이 있던 한 카페였고,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매 후 아무리 세팅을 잡아도 원하는 에스프레소의 맛이 재현되지 않아 머신 문제가 아닐까?하는 결론에 도달한 상태라 하였습니다.

문제는 관능적으로 산미가 너무 자극적이고, 워터리 하여 바디가 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몇 차례 머신을 구입한 적이 있던 클라이언트라, 판매하는 수입사 입장에서도 이유가 있을 것이라 판단되어 일단 변수를 줄여보는 방향으로 접근을 하셨다더군요. 일단 머신은 쇼룸과 해당 카페의 매장 모두 동일한 제품이니 그라인더를 대여해서 테스트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프레소의 맛은 여전히 발현이 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재미난 점은 현장에서 원하는 향미가 발현되지 않던 그 원두가 두리 트레이딩 쇼룸에 오면 원하는 향미로 추출이 된다는 겁니다. 동일한 원두인데도 두 공간에서의 맛이 완전히 다르니 충분히 머신의 문제로 이해될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했죠. 이 관능에서의 차이점은 클라인언트만의 주장이 아니라 현장 방문을 했던 두리 트레이딩 직원분도 똑같이 느낄 만한 큰 차이였습니다.

수입사 측에서도 정말 에스프레소 머신의 문제일 수 있으니 원인을 찾아 다양한 측정을 진행했습니다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Scace Filter를 활용한 온도, 유량 측정을 먼저 진행 했지만, 여전히 특이점을 찾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측정 결과 에스프레소 머신, 그라인더의 문제도 아니었기 때문에 마지막 남은 의심은 "물"이었습니다. 두리 트레이딩측은 클라이언트 측에 온도, 유량, 압력이 모두 정상치에 있으니 물의 컨디션이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알려드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연락이 제게 닿게 된거죠.

마지막 남은 변수가 물이었기 때문에, 일단 물을 취수해 측정을 해야 했습니다. 저는 먼저 두 공간의 정수장 수치를 확인했습니다.

참고로, 사용한 툴은 제가 제작해 패트리온을 통해 배포했던 월 정기 수질 정보 검색 프로그램입니다.


*클라이언트 카페 (C) 지역에 유입되는 정수장 월간 수치


*두리 트레이딩 쇼룸(D) 지역에 유입되는 정수장 월간 수치


일단 8월,9월 자료는 공식적으로 업데이트 되지 않아 7월 자료만 살펴볼 수 밖에 없었는데요. 일단 두 지역은 서로 다른 정수장에서 유입되는 상수도 라인을 가지고 있고, 수치는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습니다. 커피 맛에 영향을 미치는 알카리도는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이 정도로 비슷한 수치라면, 알카리도 역시 크게 차이는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튼 이 자료는 7월의 정수장 수치이기에 실제로 현재 유입되는 물의 특성을 살펴야 합니다. 최근 많은 강수로 인해 정수장 측에서 서로 다른 응집제나 방청제 등을 투입했을 가능성도 있고, 또 배관의 차이 등으로 인해 경도, 알카리도 뿐만 아닌 다른 요인들이 맛에 영향을 미칠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두리 트레이딩 측에서는 두 지점의 물을 취수 한 뒤 실제 측정을 진행했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클라이언트 카페(C) : 경도 65ppm / 알칼리도 54ppm (원수 측정)

*두리 트레이딩(D) : 경도 98ppm / 알칼리도 52ppm (필터 거친 물 측정 : 에버퓨어 7F-CS)

*측정 도구 : T-BW4 수질 측정기(커피 전용)



커피의 98%를 구성하는 물, 어떤 물을 사용해야 할까? : https://bwissue.com/coffeestory/2064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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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건 알카리도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경도는 30 ppm 가량 차이를 보였다는 겁니다.

참고로 두리트레이딩의 측정 결과는 필터를 거친 물이며, 카페는 원수를 측정하였습니다. 제가 측정했다면, 아마 모두 원수, 필터 측정수를 확인했겠지만 현장 상황상 채수가 되지 않아 이 둘의 수치의 차이를 확인하는 정도로 일단 원인을 찾아봐야 했습니다. (다만 해당 카페 역시 동일한 두리 트레이딩의 필터 제품의 저용량 버전을 사용하고 있고, 또 별도의 연수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 필터이기에 경도나 알카리도에 필터가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우니 두 수치를 비교하는데 매우 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

일단 물에서 총경도 30ppm 이상의 차이가 발견이 되었으므로, 물을 바꿔보며 에스프레소의 관능을 테스트해보기로 합니다.



사실상 마지막 솔루션은 이것 뿐이었습니다. 다만 사워스크린, 샤워 볼트로 인한 채널링이 추출의 관능을 크게 변화시킬 경우도 있으니 관련 파츠도 함께 지참을 조언 드렸고, 두리 트레이딩에서 필터를 거친 물을 직접 담고 해당 카페로 향했습니다. 해당 머신은 다행이 독립 보일러 머신이라 추출 보일러를 완전히 플러싱하고, 다시 채우는데 매우 많은 물이 소요되는 것은 아니라 가능한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보일러 플러싱 및 새로운 물로 보일러를 채우는 과정


몇시간 뒤 두리트레이딩에서 결과를 전해주셨습니다.

신기하게도 결론은 "물"이었습니다. 해당 카페에서 동일한 머신으로 물만 바꿔 추출한 에스프레소는 두리트레이딩 쇼룸에서 해당 원두로 마셨던 것과 같은 향미가 발현이 되었고, 같이 마셔보는 것만으로도 클라이언트의 의문이 해소 되었다고 합니다. 물을 바꾸니 Sour 한 맛과 밍밍한 바디 등도  해결된 거죠.


로터스 워터 키트, 커피를 위한 워터 솔루션 : 물을 구성하는 각 미네랄의 역할 : https://bwissue.com/news/1877809

현재는 임시 방편으로 T-jet 펌프로 별도의 물을 에스프레소 머신에 사용중이고 차후 필터 솔루션을 고민하고 계신다 들었습니다.

이 사례를 접하며, 같이 문제를 확인하면서 실제 카페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원인들이 우리가 사소하게 생각하거나 혹은 아직 그 중요성을 모르는 작은 변수들로 하여금 발생 될 수도 있음을 다시 한번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발견한 차이는 고작 경도 30ppm, 이 작은 농도의 칼슘과 마그네슘 양의 차이만을 확인했지만 커피의 맛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경도만이 문제가 아니라 물 속의 또 다른 우리가 알지 못하는 차이들이 존재할 수도 있을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정수장에서 투입하는 기타 물질로 인한 영향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변수들이 커피의 맛에 관여할 수 있음이 밝혀질 수 있을까요?

이번 사례를 통해 좀 더 많은 분들께 물의 중요성을 알려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관련 사례를 전해주시고, 참고 자료를 제공해주신 두리 트레이딩 측에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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