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과정의 바리스타 챔피언'

바리스타들의 꿈의 무대라 불리는 WBC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대회를 보는 다양한 입장과 시각이 존재하겠지만 대회의 주인공인 선수들에게는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을것이라고 생각됩니다. 2015년 부터 본 대회를 취재하고 근거리에서 지켜봐오며 제가 만나온 많은 챔피언들과 그에 준하는 파이널리스트들은 대회 후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마침내 꿈을 이뤄 기쁘다"는 등의 소감을 통해 그간의 노력과 그에 따른 결실을 얻은 감격을 아낌없이 표현하며 주변에 감동을 전했습니다.

올해 WBC에서도 또 한명의 챔피언이 탄생했습니다. 브라질에서 바리스타, 그리고 커피 프로듀서로서 활동해 온 엄보람 바리스타는 수차례 내셔널 타이틀을 따내며 브라질 국가대표로서 세계대회의 문을 두드렸고 마침내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브라질 대회에서 한국계 선수가 우승을 한다는게 이례적이고 반가운 소식이라 첫 내셔널 우승때부터 관심있게 지켜봐오던 선수였는데 올해 마침내 훌륭한 팀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올렸죠. 올해 대회에서 보여준 그의 시연스킬은 오랜 기간의 연습으로 다져져 유려하면서도 차분했고 프리젠테이션은 시대를 아우르는 거대한 담론이나 꾸밈없는 담백하고 솔직한 본인의 스토리였습니다.

ㅣ스트롱홀드의 The Roastrum 진행 모습

지난 주 스트롱홀드 테크놀로지에서 주최한 로스트럼(The Roastrum)에서 2023 WBC의 챔피언과 그의 팀 David Crosby, Cole Torode를 만났습니다. 그들은 세시간여에 걸친 세션에서 챔피언이 되기까지의 여정과 대회 준비 과정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뤘고 단지 대회에 국한되지 않는 한 사람의 바리스타이자 개인으로서의 발전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눴습니다. 긴 시간동안 이어졌지만 이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던건 단지 결과로써 챔피언이 되기 위한 집요함만으로 점철 된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난 수 년간 여러대회에서 배출 된 챔피언의 세미나 현장에서는 높은 포인트를 따기 위한 기술, 극소량만 재배되는 귀한 커피를 찾은 여정 등 대회에서 고득점을 올리기 위한 전략과 같은 접근들이 다뤄지기 일쑤였고 챔피언은 마치 오래 염원해 온 목표를 달성하고 곧 은퇴를 앞둔 스포츠 선수와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게 사실입니다. 우승에 대한 강한 목표의식에 비해 이후의 청사진이 없는, 우승으로써 커리어의 마침표를 찍으려는 듯한 인상을 종종 받았죠. 

그렇게 주객이 전도된듯한 우승 경쟁이 이어지며 언젠가부터 큰 기대를 갖지 않고 WBC를 관람하던 필자이기에 엄보람 바리스타의 등장이 내심 반가웠습니다. 그는 커피 프로듀서로서 브라질 스페셜티 커피의 수준을 높이고 그걸 알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향한 여정의 도구로써 WBC를 택했고 희귀한 품종과 특별한 기술을 담은 커피가 아니라 대회 주최자가 원하는 대상, 즉 커피업계를 대표할만한 앰버서더로서의 본인의 모습을 강조하며 커피 챔피언이 아닌 바리스타 챔피언이 되고자 했던거죠. 그렇기 때문에 꾸밈없는 시연이 가능했고 세계 무대에서 돋보일 수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ㅣ왼쪽부터 David Crosby, 엄보람, Cole torode 

정말 오랜만에 본 지금까지의 행보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챔피언과의 만남이었습니다. 브라질 스페셜티 커피를 발전 시키겠다는 그의 선언적 목표가 단지 의지의 수준에서 그칠지, 아니면 브라질 커피가 맞이할 새로운 미래로의 전환점으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되네요. 과연 그가 브라질 커피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함께 지켜보시죠. 엄보람 바리스타와 그의 팀이 함께한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 주최의 The Roastrum에서 다뤄진 내용은 이어질 기사를 통해 보다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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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과거에 이런 챔피언을 기다리며 WBC에 대해 언급한적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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