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워터이슈

  

59 19.09.04. 13:23
댓글 16 조회 수 378



모모스 0903 퍼블릭 커핑이었습니다.


모모스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퍼블릭 커핑을 한다더라고요. 저는 처음 알았습니다.

지방민으로서 커핑을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서 부산 대구 중심으로 커핑하는 곳을 찾다 모모스에서 매주 퍼블릭 커핑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한다고 하면 '아 모모스 정도면 그럴 수 있지' 생각했을 텐데, 매주 퍼블릭 커핑을, 그것도 무료로 매주 진행한다기에 좀 놀랐습니다.

전화로 문의했더니 예약도 필요없고, 커핑스푼도 필요없고, 그냥 몸만 편안히 오시면 된다기에 바로 갔습니다.


첫 커핑이었습니다.





(입구를 지나니 제빵실과 로스팅실이 따로 있던 모습)


모모스는 '기업'의 느낌이었습니다.


커핑도 처음이었고, 모모스도 처음이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인터넷으로 모모스는 벌써 수차례 다녀왔었는데, 실제 방문해보니 사진으로만 봤던 모습과는 크게 달랐습니다.


우선 사진으로만 봤을 땐 매장이 작아 보였는데, 생각보다 커서 좀 놀랐습니다.

특히나 사진상으로만 봤을 땐 입구 정문이 참 작아보였는데, 모모스 이현기 대표가 부모님께서 하시던 보신탕 집을 개조해 5평 카페부터 시작했다는 모모스의 "전설의 시작" 등 팬심으로 읽어오던 이야기들을 이미 많이도 들어왔던 상태에서 그 정문을 보니, 단순한 카페 입구가 아닌 새로운 한 공간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영화관이 어둡고 두꺼운 문으로 만들어진 이유가, 그곳이 천국이든, 지옥이든, 어느 제3세계든, 또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공간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죠. 모모스의 정문이 제게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온천장역이라는 조금은 낡은 느낌(온천장은 말 그대로 온천溫泉을 말하고, 이는 신라시대 때부터 알려진 곳이지만 일제강점기에 온천을 특히 좋아하는 일본인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온천이 개발되고, 당시 부산 도심에서 이 역 인근까지 온천여행객을 수송하기 위한 부산전차가 1915년 개통되며 이런 역사를 통해 온천장역이 개발되었습니다. 출처 나무위키)의 역에 내려 주위를 둘러보면 온천장역이 가지는 "부산"의 느낌을 알 수 있습니다. 번듯한 건물이 하나 보인다 싶더니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대체 저 좁은 골목에서 어떻게 차 2대가 서로 엉켜 마주 지나가고, 나 같으면 다른 골목으로 가겠다 싶은 생각을 할 찰나면 '어림도 없지ㅋㅋ'하며 굳이 양쪽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차들이 줄지어 서있는 와중, 그 와중에 저 오토바이는 대체 어떻게 그 사이를 지나갈 수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그런 골목.


도로마다 깜빡이도 켜지 않고 차선변경을 하며 엑셀보다 크락션을 더 밟는 운전자들을 보다가, 골목으로 들어가면 맨 앞에 리어카를 끌고 느릿느릿하게 가는 할아버지를 필두로 그 많은 차들이 줄지어 한 줄로 천천히 따라가며 "경적 하나 울리는 사람이 없는" 이 부산의 모습은, 처음 부산을 온 "외지"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일 겝니다. 부산이라는 도시를 안다면 익히 봐온 그 "부산"의  난개발의 역사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네들의 모습이, 이곳에도 존재합니다. 이 한 가운데, 아니 온천장역을 바로 보고 모모스는 서있고, 모모스는 마치 온천장역과 이 오시게로를 "대표"하는 곳이라고 크게 말하는 듯 그곳에 서있었습니다.



옆으로는 원두와 md상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앞으로는 카운터와 빵, 드립 bar가 위치해있었습니다.


실제로 원두 봉투들을 보니 무척 예뻤고, 모모스의 팬이라면 가격과 상관없이 md상품 하나 쯤 사가고 싶단 생각이 드는 느낌이었습니다.

메뉴판은 간단했고, 모모스라는 이름이 가지는 크기를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느껴졌습니다. 어깨 힘만 잔뜩 들어간 어설픈 동네 드립카페도 7천원 받는데요.



옆으로 랩실이 따로있었습니다. 여기서 매주 커핑을 진행한다고.

커핑 전 빵과 가벼운 커피 한 잔을 주셨습니다. 여기서 어마어마한 감동... 흑흑... 무료 퍼블릭 커핑도 감사한데 추위와 배고픔에 떠는 이들을 위해 빵과 커피를...

베풀 줄 아는 모모스... (현재 주연좌께서 계시다는) 인도네시아 방향으로 절 올렸읍니다... ㅠㅠ



커핑 시작 전 3종류의 물로 선호도 조사를 한 뒤 커핑을 시작했습니다.

가운데는 일반 정수 물, 양쪽은 연수 기능이 들어간 필터로 정제된 물이었는데, 이 날 선호도 조사에서는 가운데의 일반 정수 물이 압도적인 표를 받았습니다.

부대표님(맞는지 모르겠습니다)께서 말씀하시길 보통의 전의 커핑에선 연수 필터로 정제된 물들이 많이 선호되었는데, 오늘은 비가 많이 와서(이 날 엄청 쏟아졌습니다) 정수 물이 미네랄도 풍부하고 충분히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물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갓반인이라 크게 감동받았다는 젖은 눈빛으로 대충 고개 끄덕임ㅋ



커핑 시작.


이날 진행된 커핑은 브라질 버번(농장 혹은 기업 7종이었습니다.


본 농장과는 거래한 적이 없고, 농장에서 샘플을 보내왔다고 하십니다. 오늘의 커핑으로 모모스가 추구하는 커피와 맞다고 생각되면 충분히 판매할 수도 있으며, 거래하게 된다면 첫 거래가 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순서대로 분쇄두의 냄새를 맡고, 물을 부은 직후 냄새를 맡고, 크러스트를 깨며 냄새를 맡고, 돌아가며 커핑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존내 눈치보며 무적권 세 사람 하는 거 보고 똑같이 따라함ㅋ 커핑할 줄 아는 척ㅋㅋㅋ



fermentation process를 거친 두 커피


분쇄두에선 오징어 냄새가 나서 윽엑 했으나 마셔보곤 어? 했습니다.

와인, 과실주의 느낌이 났고, 건 과일의 느낌이 난다고도 했습니다.

저는 무척 호감었고, 이 날 마신 커피 중 가장 맛있었습니다.


카투아이에선 이런 느낌이 이해가 되는데 레드 버번에서 이런 느낌이 나는 건 의외다라는 말씀을 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두 개는 전형적인 중남미네 하는 느낌이었고 하나는 와 엄청 다네 하는 느낌을 받았던 커피도 있었습니다.

발효 프로세싱만 강렬하게 기억 남아서 갓직히 이름만 보고 기억 안 남 그냥 주위에 누가 말씀하시면 고개 끄덕이고 커핑 츕 하고 고개 한 번 끄덕이고 커핑 할 줄 아는 척 함ㅋㅋㅋ


커핑 첨임 몰름 아 ㅋㅋㅋㅋ



사용 원두



이 날 커핑에서 멜번의 Sensory lab 로스터리에서 근무하시는 직원 분이 오셔서(한국인) 전주연 바리스타님께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맛 한 번 봐달라고 하시며 주시고 가셨습니다. 여기까진 그냥 와 하고 말았는데 부대표님이 모인 김에 같이 커핑하실? 하셔서 한 잔 씩 마셔보기로 함 ㅋㅋㅋ 횡재함 컄ㅋ



센서리 랩의 kenya kangunu AA washed, 요렇게 한 잔 씩 마셔도 보고 원두도 구경하고 부대표님이 한 봉 씩 선물로 싸주심;

캬 첫 커핑인데 진짜 많은 것 받고 가서 정말정말 감사했습니다.


너무 좋은 기억으로 가져가서 다음에 시간되면 꼭꼭 또 가려고요.


다시 한 번 감사 말씀 드립니다.



다음 목적지는 부산교대 앞 보느(salon de bonheur, 부산광역시 금정구 장전2동 부산대학로 63)입니다.

부산 온 김에 와봤어요.

2층 가게입니다.


bonheur는 불어로 행운이라는 뜻.

들어서자마자 첫 느낌은 밝고 산뜻한 가게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지고, 화려하게 늘어서있는 빵과 디저트들이 너무나도 매혹스럽게 반겨줍니다.

차와 빵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 쯤 들어봤을 법한 나름 유명한 곳입니다.



가격은 대충 이렇습니다.

2인 와서 티팟 시켜 티푸드와 함께 즐기면 도심 피크닉이 가능합니다.

가게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만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꽉꽉 차있었습니다. 

블로그 검색해봐도 많이 나오는 집이고, 부산 빵 투어를 찍는다면 빼놓을 수 없는 곳입니다.


빵 좋아하시는 분들은 부산 카페 및 빵 투어 잡으신다면 교대 동선도 한 번 짜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모모스-베르크 투어를 생각했기에 전포역으로 옮겼습니다.

맞은 편에 현대한약품이라고 큼직하니 힙함을 더합니다.


베르크 처음이라서 처음에 보곤 여기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베르크 BI 보고 아 여기 맞긴 맞구나 싶었는데, 간판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서 잘 모르는 분이 보면 진짜 긴가민가 하실 듯 합니다.

1층이 로스팅룸이고 지하 1층에서 주문해서 2층으로 가져가는 형식입니다.

이 힙함에 처음 듣고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저 같은 아싸 Wls은 지하 들어서자마자 견딜 수 없는 인싸력에 데미지를 입을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드셔야합니다...


참고로 오후 2시 오픈입니다.

특이하게 일요일 휴무니 전통 조심.



지하의 모습입니다.

원두와 MD상품들이 전시돼있고 베르크 티셔츠도 팝니다.


지하 들어서자마자 어두침침한 분위기에 붉은 조명이 눈에 띄고, 인싸 룸파티에 쓰일 법한 음악이 작게 흐르는데 저는 이 힙함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주문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 주문하는 시간, 주문 후 음료를 기다리는 시간 모두 불편했습니다.

그냥 제가 이 공간 안에 Wls득하니 서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ㅠㅠ


배틀그라운드 자기장 안에 서있는 기분임 ㅋㅋ
왜 클럽 가면 '아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닌데...' 하는 그 느낌ㅋㅋ
인싸들은 이해 못하니까 왜냐고 묻지마세요 제가 그랬다고요;


... 아 잠깐만...



판매 중인 원두입니다.

베르크하면 떠오르는(저만 그럴 수도 있고요) 베이비 블랜드가 있고 에티, 콜롬, 온두라스 이렇게 있네요.

라떼는 베이비 블랜드, 플랫 화이트는 에티 하로가 들어간다 그래서 플랫 화이트와 드립 주문했습니다.



유명한 2층 모습입니다.

실제로 보고 훈련소 때 왔던 교회 생각나버려서ㅋㅋㅋ 더 경악했습니다ㅋㅋㅋ

인싸들 아ㅋㅋㅋㅋㅋ


드립 만족스러웠고 플랫화이트도 좋았습니다.

커피는 만족스러웠는데 저는 이 힙함을 도저히 견뎌낼 수가 없어 음료 먹고 바로 나왔습니다.

저는 30분 이상 못 앉아있을 것 같아요 ㅋㅋㅋ


신기하리만치 2시 땡 하자마자 사람들이 밀려들어옵니다.

핫하긴 핫한가봅니다.

베이비 블랜드를 못 먹어본 게 아쉽긴 하지만 다음에 또 기회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에티 하로 플랫화이트를 마셔봤는데 무척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집에서 에티로 산뜻하게 라떼 타먹는 걸 참 좋아하는데 우선 싱글 라떼를 한다는 것 자체에서 크게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전포역의 다른 곳(FM, 인앤빈 등) 들렀다가 베르크에서 베이비블랜드로 테이크아웃 해갈까 싶습니다.



첫 커핑, 첫 모모스, 첫 베르크, 모두 좋은 기억으로 가져갑니다.
커핑 친절히 진행해주신 모모스 부대표님?(맞는지 모르겠어요) 감사드리고, 첫 커핑에서 좋은 기억과 선물까지 받아가서 너무나도,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베르크도 좋았어요... 불만족했다는 거 아님... 무서워서... 그랬어요... ㅠㅠ 담에 테이크아웃 해갈게요...


부산 안녕...



추가) 함께 읽어보면 좋은 글 - 전주연 라디오 인터뷰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tea&no=177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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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

파밍해서 원두 사먹고 싶습니다.
일반회원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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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MOSOL

2019-09-04 14:20  #956977

인싸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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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작성자

2019-09-04 14:24  #956994

@26MOSOL님

26모솔? 아직 따라오려면 멀었다구... "애송이"...? 크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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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MOSOL

2019-09-04 16:04  #957213

@59님

9086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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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한고양이

2019-09-04 14:21  #956981

아주 멋진 글입니다~!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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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작성자

2019-09-04 14:25  #957003

@수수한고양이님

영남권이시거나 부산 방문할 일이 있으시면 모모스 커핑 가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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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2019-09-04 17:11  #957457

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읽기좋은 글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헝헝ㅋㅋ 다음에도 찾아가는 리뷰 또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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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작성자

2019-09-04 17:31  #957510

@3/3님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커핑인데 좋은 기억으로 남겨와서 아직도 즐겁네요 ㅎㅎㅎ 다음에도 가게 되면 프리워터 글 남길게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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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2019-09-04 19:33  #958086

@59님

네 !! 사진도 많이올려주셔서 너무 좋았고, 글 정말 재밌게 잘 쓰시는거 같아요  : )  좋은 활동 기다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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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breaker

2019-09-04 18:04  #957626

젖은 눈빛으로 대충 끄덕 ㅎㅎㅎ

글이 너무 재밌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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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작성자

2019-09-04 19:24  #958017

@Nobreaker님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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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사키소

2019-09-05 09:26  #959792

어?! 케냐 강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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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작성자

2019-09-05 14:21  #960404

@구지사키소님

강건우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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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neran

2019-09-05 13:59  #960374

유쾌한 글 잘 읽었습니닺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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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작성자

2019-09-05 14:22  #960408

@winneran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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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ㅌ

2019-09-08 21:14  #967537

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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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작성자

2019-09-09 10:23  #968905

@ㄴㅌ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