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 알고 두려워하자. 그리고 관리하자

제임스의 커피스터디 10

제임스의 커피 스터디 1 - 자외선(UV)을 이용한 커피 생두 품질 감별법 by 빈브라더스

제임스의 커피 스터디 2. 커피 생두도 겨울잠을 잔다 - 커피 보관 환경에 대한 이야기 1부

제임스의 커피 스터디 3. - 커피 보관환경에 대한 이야기 2부

제임스의 커피스터디 4. 에티오피아 커피 가격의 불확실성

제임스의 커피 스터디 5. 커피와 수분활성도 1부

제임스의 커피 스터디 6. 커피와 수분활성도 2부

제임스의 커피 스터디 7. 라면을 통해 배우는 식품보관기간

제임스의 커피 스터디 8. 원두 보관법

제임스의 커피스터디 9. 너무 깨끗한 물은 커피보일러를 부식시킨다

어느 날 갑자기 커피 머신에서 물이 안 나오는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또는 스팀봉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일러의 물이 데워지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이 모든 문제들은 무엇 때문에 발생할까요? 

머신 안에는 물이 지나가는 통로가 이렇게 작은 곳(지글러)도 있다. 이 구멍이 막히면 머신에서 나오는 물의 흐름도 멈춘다. / 사진출처 : 빈브라더스 

이런 문제들은 보통 물에 녹아 있는 특정성분들이 석출되면서 발생하는 스케일(석회석 찌꺼기)의 문제 때문에 발생합니다.

스케일이 커피 머신에 미치는 영향

• 보일러 내부의 히터의 효율저하와 파손의 위험성

스케일은 금속에 비해 열전달률이 낮습니다. 이러한 스케일이 히터표면에 쌓이면서 히터의 효율을 떨어뜨립니다. 효율이 떨어진 히터는 평소보다 물을 데우기 위해서 더 많이 가열되어야 합니다. 그로 인해 히터 파손의 가능성도 증가하게 됩니다.

보일러 내부 바닥에 쌓인 스케일의 모습들(사진 왼쪽), 오른쪽 사진은 스케일을 제거한 모습이다. /사진 출처 : 빈브라더스 

• 머신 물관 막힘 현상

발생한 스케일 조각들은 물의 흐름을 방해합니다. 보일러 내부의 관 사이에 끼여서 물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막게 됩니다. 물의 흐름을 제어하는 밸브에 쌓이게 되면 밸브가 고장나기도 합니다.

밸브에 쌓인 스케일 /사진 출처 : 빈브라더스 

• 탐침(Probe)의 기능 저하

커피 머신의 수위 조절을 하는 프로브와 온도를 측정하는 프로브에 스케일이 들러붙게 되면 해당 프로브가 정상적인 지표 측정을 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로 인해 온도측정이 왜곡되거나 스팀보일러에 물이 가득 차기도 합니다.

프로브에 스케일이 쌓인 모습 / 사진 출처 : 빈브라더스 

스케일은 공포의 대상인가?

하지만 지구상의 모든 물엔 으레 스케일 같은 성분들이 녹아 있습니다.  커피업 종사자 분들 가운데 이 스케일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움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습니다.

물론 앞의 문제들은 걱정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의 문제들 때문에 스케일 성분들을 지나치게 필터링하면 지난 시간에 설명한 것(제임스의 커피스터디 9. 너무 깨끗한 물은 커피보일러를 부식시킨다)처럼 커피 머신에 오히려 부식이 발생합니다. 작은 문제가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보일러 부식이 없거나 적은 물에는 적당히 스케일 성분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그에 맞는 대처가 필요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스케일이란 무엇인가?

스케일은 물속에 녹아있는 물질들이 물리/화학작용에 의해 점차 누적되어 보일러 내부의 전열면에 쌓이는 것들을 말합니다.

금속관 내부의 석회석 스케일(Lime Scale)이 쌓인 모습 / 사진출처 : Wikimedia Commons 

참고로 스케일 생성 원리는 이렇습니다.  물이 끓게 되면 물에 녹아있던 이산화탄소가 증발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물에 이온의 형태로 녹아있던 칼슘이온과 중탄산염은 물 속에 부족해진 이산화탄소를 보충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추가적으로 생성하는 반응을 일으킵니다. 화학반응이 나타나는 방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의 생성과 함께 다량의 스케일(탄산칼슘)이 생성되게 됩니다. 

프랑스에서 필터링 안된 수돗물을 끓이면 사진처럼 스케일이 석출된다. / 사진 출처 : Home water Advisor 

이러한 스케일 생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의 경도'와 '알칼리도'입니다.

'물의 경도(Hardness)'는 무엇인가

'물의 경도'는 우리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비누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비누는 물의 경도에 따라 풀리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비누가 잘 풀리면 경도가 낮은 것이고, 비누가 안 풀리면 경도가 높은 것이죠.

비누는 물에도 잘녹고 기름에도 잘 녹는다. 이러한 성질덕분에 기름때를 쉽게 떼어내고 물과 섞여 오물을 세척한다. / 사진출처 : Pixabay

이 때 비누와 물 속의 칼슘, 마그네슘이온이 만나면 침전물이 발생합니다.  좀 복잡하지만 아래와 같이 경도의 개념이 정의됩니다.

물속에 녹아 있는 칼슘이온(Ca++),마그네슘이온(Mg++) 등 2가 양이온을 이와 연관관계가 있는 탄산칼슘(CaCO3)의 양으로 환산하여 mg/L로 나타낸 값

이렇게 환산한 값에 따라서 물은 연수와 경수로 나눠집니다.

• 0~75 mg/L : 연수(Soft)
• 75~150 mg/L : 약한 경수(Moderately Hard)
• 150~300 mg/L : 경수(Hard)
• 300mg/L 이상 : 강한 경수(Very Hard)

참고로 위 지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물은 대체로 약한 경수이거나 연수입니다.

경도는 일시경도와 영구경도의 개념 두가지로 나눠지며, 이 둘을 합한 개념이 총 경도(Total Hardness)입니다.  이 때 일시경도가 중요합니다. 일시경도는 물의 끓음에 의해서 경도 값이 쉽게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시' 경도라고 합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일시경도는 탄산염 경도(Carbonate Hardness)라고도 합니다.  칼슘(Ca2+)과 마그네슘(Mg2+)이온이 알칼리도를 구성하는 탄산염(CO3-)과 중탄산염(HCO3-)과 결합하여 경도값을 구성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반면에 영구경도(Permanent Hardness)는 물의 끓음과 관계없이 유지되는 경도 입니다. 양이온이 염소이온이나 황산이온 질산이온등과 화합물을 이루고 있을때 나는 경도이며, 탄산염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비탄산염 경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알칼리도(Alkalinity)는 무엇인가?

알칼리도도 스케일 생성을 예측하는 지표이자 커피의 신 맛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알아두면 좋습니다. 알칼리도는 물이 산을 중화시키는 능력의 척도입니다. 정확하게는 물에 포함된 염기성 이온들을 중화시키는데 필요한 산의 양을 말합니다. 경도를 구성하는게 전기적으로 (+)의 성질을 띄는 양이온이 문제였다면, 알칼리도는 양이온과 함께 존재하던 음이온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중의 수산화물(OH),탄산염(CO3-), 중탄산염(HCO3-)의 형태로 함유되어 있는 성분을 이에 대응하는 CaCO3의 형태로 환산하여 mg/L 단위로 나타낸것

보통 알칼리도를 구성하는 음이온들은 주로 석회암 등의 광물에서 유래됩니다.  중탄산염의 형태를 취한 상태로 물에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총경도와 알칼리도를 통해 스케일 생성량 예측하기

칼슘이온과 탄산염이 재료가 되어 스케일이 생성되므로  그러한 값의 양을 알려주는 총경도와 알칼리도의 관계는 스케일 생성의 지표가 될수 있습니다. 총경도와 알칼리도의 수치를 알면 탄산경도의 양을 짐작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총경도와 알칼리도를 측정키트를 활용해 수치를 구합니다. 그리고 총경도와 알칼리도중 어떤 값이 큰 값인지 확인합니다.

측정된 수치 중 총경도가 알칼리니티보다 높으면 알칼리도는 탄산염경도의 값과 같습니다.

반대로 알칼리니티가 총경도보다 높으면 총경도가 탄산염경도의 값과 같습니다.

이는 물의 끓음에 의해  스케일이 생성되어 변하게 되는 일시경도(탄산염경도)가 스케일 생성 반응에 필요한 양이온과 음이온의 총량에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수치 비교를 통해 대략적인 스케일 생성 정도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총경도와 알칼리니티의 관계. / 표 출처 : SCAE Water Chart Report 

결론

이제까지 스케일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스케일이 분명 여러가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용 연수가 길어 어느 정도의 스케일이 생성되면 디스케일링 작업을 통해 스케일을 제거하면 됩니다. 이를 위해 빈브라더스에서는 머신 사용 연수가 3~4년 차인 경우에 머신 사용량을 고려하여 디스케일링 작업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머신의 사용량을 감안하여  6개월 마다  주기적으로 머신에 문제가 없는지 정기 점검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스케일이 생긴다고 막연하게 두려워하기 보다, 적당한 필터링과 디스케일링 작업을 챙기는 것.

그것이 더 오랫동안 머신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이를 통해 모두 오랫동안 큰 문제 없이  커피머신을 사용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