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컬럼 정보
COVID-19가 커피업계에 남긴상처 (2) 방역강화 방안의 품질에 대하여
2021-01-14
COVID-19가 커피업계에 남긴상처 (2) 방역강화 방안의 품질에 대하여
관료조직의 존재의 의의는 법규의 규정과 시행에 있다. 즉 관료조직은 국가에 속한 다양한 주체들 각자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여 기준을 잡고 룰을 제정하여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는 기능을 성실히 수행할 때 존재의 이유를 갖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화된 COVID-19 방역지침을 따르며 많은 국민들, 특히 커피업계 관계자들은 관료조직의 안일한 행정에 모두 혀를 내둘렀으리라 생각된다. 미리 요약하자면 현장에 대한 이해가 없고 업종 간 형평성이 고려되지 않았으며 명료하지 않다. 가장 문제는 업종간 달리 적용하는 차별적 조치가 방역이라고 하는 목적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충분히 숙고되지 않은 면피성 정책이 남발되었다는 뜻이다.
프랜차이즈가 무슨 죄
20년 8월에 취한 프랜차이즈 카페 영업제한조치는 산업과 현장에 대한 이해없이 취할 수 있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다. '프랜차이즈=기업형 카페' '비프랜차이즈=소규모 개인카페' 라는 왜곡된 인식을 바탕으로 비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개인 카페 점주들은 소위 '봐주려는' 의도였을거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 조치로 인해 소액으로 창업한 'E'브랜드의 가맹점주는 매장영업이 불가했고 넓은 부지에 건축하여 지역의 랜드마크가 된 매머드급 개인 브랜드 카페는 호황을 만끽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에 대해 한국경제 신문의 신현보기자는 기사를 통해 수도권 카페비중의 10%만이 프랜차이즈 카페라는 행정안전부의 인허가 데이터를 인용하며, 프랜차이즈 규제가 방역에는 전혀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며 꼬집었다.
관련기사 : 수도권 90%가 동네 카페인데…프랜차이즈만 방역 강화 [신현보의 딥데이터]
브런치가 뭐길래
방역 당국의 지침상 이번 영업제한의 대상이 ‘일반·휴게 음식점 중 커피·음료·디저트류를 주로 판매하는 음식점’으로 애매하게 규정되어 있고 소위 '브런치 카페'는운영이 가능하다는 내용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난색을 표했다. 업종분류는 일반음식점(카페), 휴게음식점(커피 전문점, 카페) 등 특별한 허가사항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포괄적으로 분류되기 마련이고 '브런치 카페'와 같은 세부 분류는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관련부처에 문의하여 얻은 답변은 그야말로 모호했다.
아래는 서울시, 마포구청, 영등포구청, 강남구청의 담당 주무관과의 통화내용을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 한것이다.
Q. '브런치 카페'는 어떻게 규정하고 어떤 경우에 매장 영업이 허용되나
A. 식사 메뉴가 갖춰진 카페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 매출의 80% 이상이 식사메뉴이거나 메뉴구성의 80% 이상이 식사메뉴인곳을 브런치카페로 본다.
Q. 식사 메뉴는 어떻게 규정짓나.
A. 누가봐도 식사라고 판단되는 메뉴다. 불을 이용해서 조리된 음식이어야 한다. 가스버너, 전기오븐, 전기그릴 모두 해당된다.
Q. 매출의 80%이상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판단하나
A. 현장에서 POS의 데이터를 요구할 수 있다.
Q. 해당 데이터는 경우에 따라 업장의 영업기밀 일 수 있다.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나?
A. 글쎄, 현장에서 판단해야 겠지만 끝내 협조를 구해야 할거다.
Q. 매장내 영업제한 조치 이후에 새롭게 메뉴를 구성하여 내는 경우는 영업이 가능한가.
A. 허용되지 않는다. 방역지침을 빠져나가려는 편법으로 간주한다.
Q. 가령 어떤 카페에서 브런치 메뉴를 갖춰 판매하고 있다면 이것이 영업제한 조치 이전부터 판매하고 있었는지 어떻게 판단하나?
A. 현장에 나간 담당자가 판단해야 겠지만 영업제한 조치 이후에 새롭게 메뉴를 구성하는것도 편법으로 간주한다.
다수의 주무관들과 통화하며 느낀바는, 방역지침을 안내하고 관리감독하는 이들 역시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각 구청 위생과는 서울시로부터 하달 된 지침을 이행하므로 대체로 한목소리를 냈지만 불명확한 '식사메뉴의 정의'와 '현장 담당자의 주관에 의해 좌우 될 수 있다'는 식의 일부 답변은 듣기 당혹스러웠다. 또한 생존을 위해 급히 브런치 메뉴를 갖추려는 노력에 대해 '편법적 행위'라고 규정짓는 언급에서는 '효과적인 방역이 아닌 국민들의 생활 통제를 목적으로 하고있지 않나' 라는 의구심마저 품게했다. 영업제한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에게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해야 할 지자체가 오히려 '꼼짝마'식의 통제만을 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풍선효과
카페는 커피등의 음료를 마시기 위한 목적 외에 쉼과 만남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공간이다. 이것은 비상시국에 한가하게 카페에서 여유를 부릴 수 있게 해달라거나 즐겁게 만나서 노는 여가의 공간사용을 허가해 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혹한의 날씨에 잠깐의 휴식과 업체 간 미팅 등을 목적으로 카페 공간이 꼭 필요한 대상에게 카페 출입을 제한 할 경우 발생할 외부효과가 고려되었어야 했다는 말이다. 카페 출입을 제한할 경우 풍선효과로 인해 제한되지 않은 패스트푸드점, 식당 등으로 공간사용의 수요가 몰리게 되고 이는 오히려 인구밀도를 높여 방역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고차원적인 문제제기가 아니다. 생각이 한걸음만 더 나아갔어도 쉬이 예측할 수 있는일. 여기서 다시한번 의문이 드는건 '목적이 방역인가 통제인가'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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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카페가 문을 닫자 패스트푸드점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이처럼 COVID-19 방역의 일환으로 카페에 시행 되어온 조치는 실효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물음표를 남기며 남발되고 있다. 카페가 주로 전염을 일으키는 상업시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집중 통제가 계속 됨에 따라 업주들은 극에 달하는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으며 모호한 정책으로 인한 혼란과 업체 간 갈등의 야기로 인해 심리적인 이중고 또한 겪고 있다. 상황 극복을 위해 효과적으로 쓰여야 할 재난지원금 조차도 무차별적으로 뿌려져 잠깐의 고통을 덜어주는 수준의 진통제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다.
오늘로 수도권 카페 매장 이용을 제한한지 51일에 접어들었다. 과연, 카페 이용을 통제하는 방역강화 방안은 효과적이었는지, 수많은 카페 업주와 종사자, 관련 산업의 희생을 강요한 결과가 기대를 충족시켰는지 그 성과와 품질에 대해 관료조직에 따져 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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