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투어리스트

8월의 어떤 따뜻한 날이 생각나는 카페, 올웨이즈어거스트

2021-07-12  




8월의 어떤 따뜻한 날이 생각나는 카페, 올웨이즈어거스트


카페를 다녀온 후 몇 번이고 그 장소에 재방문하는 이유는 참 다양할 것이다. 신선한 충격을 줄 만큼의 맛있는 커피, 인상적이었던 독특한 분위기, 또는 친절한 바리스타와 수다를 떨다가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을 수도 있다. 단골이 된다는 건 몇 번이고 그곳에 가서 기꺼이 지갑을 열겠다는 말과 같기 때문에 단골이 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일 것이다. 힙하다고 SNS에서 난리 난 카페들은 대체로 한번 경험하고 나면 신비감이 떨어지기 마련이고, 어딘가 새로운 핫플이 생기면 선구자가 되고픈 많은 얼리어답터는 눈에 불을 켜고 달려가느라 지난 핫플은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소멸한다. 반면, 힙하진 않더라도 동네의 무드 깊숙이 자리 잡은 곳들은 어쩐지 매일매일 방문하고픈 느낌이 든다. 어느새 망원동 주민들의 쉼터가 된 이곳은 항상 8월의 어떤 날처럼 포근한 느낌을 준다. 카페 올웨이즈어거스트이다.


그렇다고 한다.


올웨이즈어거스트는 올해 2월 망원동에 새로이 문을 열었다. 오픈한 지는 고작 6개월 정도 되었지만,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던 것처럼 망원동만의 그윽한 동네 무드를 풍길 수 있었던 것은, 처음 문을 열었던 경북 경산시의 어느 동네에서 많은 주민의 애정을 받아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두 분이 업무 분담이 잘 되어 있는 듯하다.


로스터리를 겸하기도 하는 올웨이즈 어거스트는 스웨덴의 Drop Coffee의 한국 공식 디스트리뷰터이다. Drop Coffee는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시작되어 밝고 명확한 향미와 산미에 집중된 노르딕 로스팅을 추구하며, 여러 수상 경력을 통해 북유럽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로스터리이다. 특히 커피 농장과의 환경적인 교류를 추구하며 지속 가능한 커피 생산을 지원한다. 싱글 브루잉은 Drop Coffee의 싱글오리진으로, 에스프레소는 자체 블렌딩으로 운영한다.


정신 없어 보이지만, 무언가 정돈된 듯한 커피 바


목제 프레임과 통유리창으로 꾸며진 내-외관은 인테리어 디자인 측면에서 얼핏 보면 새롭다거나 별다른 특별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칫하면 너무 흔한 인테리어로 비춰져 밋밋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촌스럽지는 않도록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잘 지키고 있다. 올웨이즈어거스트의 사장님의 빈티지한 취향이 한몫했기 때문이다. 내부를 둘러보면 무언가 엔틱한 가구들이 상당수 자리하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직접 디자인한 작품이나 공식 수입 제품 외에 빈티지 제품을 사용하려고 애쓴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구성지고 따뜻하다. 특히 이곳의 카운터는 프랑스에서 사용되었던 1950년대 카운터인데, 이 빈티지 카운터를 찾느라 거의 1년을 온 나라의 이베이와 국내를 발품 팔며 찾아 헤맸다고 한다. 혹시 이곳에 방문할 계획이시라면 사장님께 카운터에 관해 물어보시면 신나게 설명해 주실지도….


미닫이 문이다. 화살표만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을 위해 안내를 조금 더 직관적으로 표시해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저 유리문이 여닫이가 아닌 미닫이문임을 숙지하도록 하자. 어떤 손님이 저 문을 옆으로 안 밀고 문이 부서질 듯 앞으로 밀고 당기는 탓에 가만히 놔뒀다간 문이 박살 나는 줄 알았지만, 필자는 마치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영국의 신사가 된 듯 신속하지만 급하지 않게 강하지만 부드럽게 문을 대신 열어주며 눈웃음을 날렸다. 하 x나 카리스마 있쒀


영어로 제작된 영수증이 우드의 느낌과 잘 어울려서 SNS 감성샷을 찍기 좋다.

체리를 진짜 엄청 오랜만에 먹었는데 진짜 맛있다. 원래는 딸기가 올라갔었는데, 방문하기 얼마 전에 체리로 변경됐다.

정말 맛있었다. 그치만 질보다 양인 필자에겐 한입이었음.


이날 필자는 코스타리카 도나 데이지 게이샤를 핸드드립으로 주문하고, 함께 페어링할 디저트로 체리 머랭 룰라드를 주문했다. 오랜만에 마셨던 게이샤는 특유의 화사함보다는 열대 과일의 농밀한 단맛이 인상적이었다. 올웨이즈어거스트에 방문하면 꼭 먹어봐야 한다던 체리 머랭 롤라드는 바삭한 척하는 겉모습에 비해 상당히 달고 부드러웠고 꾸덕꾸덕했다. 특히 체리의 상큼한 단맛과 애프터로 훅 들어오는 유자의 깔끔함이 매 순간 침샘을 공격했고 나의 침샘은 버티지 못하고 그것들을 받아들였다. 특히 룰라드를 한입 가득 넣고 커피와 함께 먹으면 잘 버무린 열대 과일 믹스 같은 단맛이 꽤 인상적이었다. 과일 좋아하는 나.. 짜릿해….


저 의자에 앉아서 망원동이라는 동네를 영화 보듯 감상해도 될 듯


가만히 커피를 마시며 시선을 창밖으로 고정해 시간을 보내다 보면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중에는 산책하다 커피가 생각났는지 반려견을 데리고 들어와 스탠딩으로 에스프레소만 딱 즐기고 가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인상적이었던 모습은, 반려견들이 입장할 때마다 몸에 밴 듯 익숙하게 반려견들을 위해 물 한 그릇을 제공하는 정겨운 풍경이 필자의 마음을 촉촉하게 물들였다. 전체적으로 동네의 무드를 간직한 공간인 만큼 직원분들은 기본 이상의 친절함이 배어 있었다. 단골손님들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당연한 수순인 듯하다.


사진에서 알 수 있듯 와인도 제공한다.


맑은 날의 8월을 떠올릴 때면 이따금 따뜻한 카페의 공간이 생각날 때가 있는데 그건 아마 올웨이즈어거스트의 경험 때문이 아닐까 한다. 비가 내리지 않을 땐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망원동 동네의 공기에 내 호흡을 맡겨볼까 한다. 달고 밝았던 스웨덴의 Drop Coffee와 함께 망원동 깊숙한 동네의 따뜻한 분위기를 만끽해보시길.


*다시금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었네요. 부디 힘내시고, 모두 개인 방역에 힘쓰시길 바랍니다.





※ 글, 사진 :  블랙워터이슈 이지훈 에디터

instagram : @ljhoon17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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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방랑자

2021-09-29 01:53  #1666899

소품 하나하나 정말 신경을 많이 쓴듯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