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투어리스트

[해외/호주] 아침을 깨우는 친근한 동네카페. Spring Espresso.

201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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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Espresso


212 Bagot Rd, Subiaco, Western Australia 6008






이른아침 문을여는 카페의 아침은 24시간 운영하는 카페의 아침이 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활기차고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죠. 손님과 바리스타가 동시에 하루를 시작하면서 공유하는 대화, 그안에 녹아있는 공감이야말로 손님들을 이른시간에 방문하도록 이끄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내고 있는 이곳의 카페들은 대부분 7시무렵 문을 여는 편이지만 이곳 Spring Espresso는 아침 6시, 조금 너그럽게 보면 5시 30분부터 문을여는 얼리버드를 위한 카페로, 블랙워터이슈와 함께하고 계신 많은 회원분들처럼 이른아침부터 카페인 충전을 하기 원하는 손님들과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시려는 분들로 이른아침부터 꽤 북적이는 이 지역의 대표적 로컬 카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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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50분.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이미 영업준비를 마치고 간판불을 밝히고 있는 Spring Espresso




수비아코(Subiaco)라는 지역은 분당의 정자동과 같은 느낌입니다. 몇개의 메인스트릿과 트레인역을 기본 골격으로 상권이 계획적으로 잘 설계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쇼핑이나 데이트, 모임을 목적으로 찾아오지만 시끄러울정도로 북적이지는 않는다는점이 그렇고, 지역 거주민들의 경제력또한 타지역에 비해 여유가 있는 편이라 이를 잘 공략한다면 안정적인 수요를 충분히 끌어낼 수 있는 상권이라는 점도 그렇습니다. 

Spring Espresso가 자리한 Crossway쇼핑센터는 이 상권 최외곽변을 감싸고 있는 Bagot Road에 위치해 있습니다. 사실 상가 내 부스 위치나 지리적요건, 유동인구의 접근성 등을 고려 해 봤을때는 객관적으로 상권의 이점을 누리기 어려운 위치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카페가 경쟁하고 있는 이 지역에서도 하루평균 400여잔을 판매하는 소위 '잘나가는' 카페로 손에 꼽히는 곳입니다. 


[ 사실은 제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매장입니다. 하하. 그동안 근무 해 오면서 성공적인 로컬카페비즈니스의 모델이라고 제 나름대로 평가 할 수 있었기에 이 글을 읽으실 BWissue의 회원분들께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소개 해 드리고자 이글을 쓰게 되었고 손님인척 해서는 읽으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만한 글을 쓸수가 없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서두에 이를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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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한 테이블배치로 효율적 공간활용




지난번 첫번째 호주 카페 소개 때 말씀드렸듯 카페 외부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테이블 배치가 눈에 띄실 겁니다. 쇼핑센터의 공용공간 사용규칙과 고객동선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넓지 않은 매장 내외부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11테이블 25+@석의 높은 공간활용을 하고 있는데요 (그밖에 간이테이블과 간이의자를 포함하면 더 많은 인원수용이 가능합니다) 바 내부를 포함하면 고작 10평 남짓한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공간활용을 효율적으로 하고 있는것을 아실 수 있을겁니다. 여담이지만 손님이 마주보지 않고 벽을 등지는 이러한 테이블 배치는 상암동의 커피템플과 신사동 커피렉에서 봤었던 기억이 나는데 당시에는 신선한 느낌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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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espresso의 영업시간




보시는 바와같이 영업시간은 평일은 2시, 주말은 1시까지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한국과는 비교도 안되게 짧을뿐더러 심지어 보통 호주카페의 마감시간인 3~5시에 비해서도 굉장히 일찍 문을 닫는 편이죠. 아마 이곳의 인건비 사정상 카페스탭의 경우 보통 20불 이상의 높은시급이 적용되는만큼 인건비등 고정비용 대비 수익이 좋지 않는 시간엔 운영을 하지 않는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 있었을겁니다. 선배 바리스타에게 물어보니 전에는 4시까지도 영업을 했었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단골 손님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반영 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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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내외부 이미지




Spring Espresso는 호주 유명 로스터리이자 Synesso의 호주총판으로 잘 알려진 '5senses'의 파트너 매장으로서 기준량 이상의 원두를 오더하는 조건으로 머신과 그라인더 등 주요장비를 공급받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계약기준에 대해서는 자세히 묻지 않았지만 이곳의 경우 일 8kg 이상의 원두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시는 바와같이 머신은 Synesso Hydra와 Mazzer Robur등 그라인더 총 6대를 사용하고 있으며 커스텀블렌드를 비롯 다양한 커피산지의 싱글오리진과 디카페인 원두를 메뉴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약 2주 단위로 싱글오리진을 변경하는데 그동안 탄자니아/온두라스/브라질/에티오피아/에콰도르 등이 거쳐갔고 다양한 맛의 커피를 소개하고자 하는 취지와 더불어 하우스블렌드에 비해 회전율이 낮기 때문에 소량오더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Spring Espresso 커스텀블렌드의 맛은 독특하다기보다는 무난한 편이며 산마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데에 반해 후반부에 고소하고 달큰한 맛이 올라오는... 대중적인 느낌이랄까요. 주 2회 갓 로스팅 된 신선한 원두를 배송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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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구성 및 쇼케이스




이정도 규모의 카페에서 보실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메뉴구성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커피와 차, 주스외에 토스트와 파니니, 머핀 등 간단한 식사가 가능한 음식메뉴를 갖추고 있고 메뉴보드에는 모두 기재되어 있지 않지만 쇼케이스를 통해서도 먹을거리를 전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것들은 직접 만들지 않고 인근의 로컬베이커리나 전문 제조업체를 통해 공급받으며  일요일 외 매일 소량 배송받기 때문에 로스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메뉴보드를 보시면 간단한 식사로 간주하기엔 가격대가 조금 높다고 생각 하실 수 있겠지만 이곳의 최저임금이 16.5불 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체감가격대는 그리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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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시 받는 주문번호팻말




이건 호주 카페문화의 특징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주문번호표 입니다. 대부분의 캐주얼 레스토랑, 카페, 바의 경우 캐셔에게 주문 시 위 이미지와 같은 번호표를 받게 됩니다. 앉고 싶은 자리에 앉은 후 번호표를 놓아두면 웨이트리스가 주문한 메뉴를 가져다 주는 방식입니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몇몇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에서도 적용하고 있는 half-self-service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특히 서호주의 카페의 경우 진동벨을 사용하는 곳이 전혀 없고 모두 이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처음엔 이 방식에 대해 '인건비의 손실'이나 '비효율' 정도로 생각했던것이 사실이지만 이 환경안에서 직접 생활해 보니 몇가지의 단점보다는 고객과의 소통에 강점이 있는 나름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조금 더 고객지향적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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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더와 일체형인 12온스 테이크아웃컵




역시 주로 판매되는 메뉴는 플랫화이트, 카푸치노, 카페라떼, 롱맥 등 밀크베리에이션 메뉴가 절대 다수입니다. 물론 롱블랙, 에스프레소, 콜드드립도 다수 판매 되지만 비율로 따지자면 역시 미미하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 그중에서도 테이크아웃의 비율이 절대적인건 카페라는 공간보다 커피 자체를 소비하길 원하는 이쪽 소비자들의 성향이 반영 된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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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세팅이라곤 슈가볼 하나




객관적으로 말하면 그리 좋지않은 위치, 평범한 구성의 작은 카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주변 상인들과 주민들이 찾는 카페로 자리잡은 이유, 지속적으로 손님들의 재방문을 유도하고 속속 생기는 다른카페들과의 경쟁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친절함'을 넘어선 '친근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곳에서 근무를 하기위해 인터뷰, 트라이얼(Trial:실전 근무를 함께하며 평가받는 일종의 실전테스트)을 거쳐 최종 근무확정 통보를 받았을 때의 일입니다. Spring Espresso의 대표인 Rick과 면담을 했었는데 이 때 Rick이 가장먼저 언급하시고 강조하셨던것은 좋은 퀄리티의 커피, 라떼아트가 아니라 바로 밝은미소(Big Smile)와 친근함(Friendly) 이였습니다. 그러면서 요구한것은 손님들의 이름을 기억해서 인사를 할때나나 커피를 건넬때 이름을 불러주라는 것과 안부를 묻고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것을 보여주라는 것이었습니다. 바쁜카페에서 게다가 외국인들의 이름을 기억하라니... 불가능할것 같았지만 머지않아 저도 자연스레 주말에 있었던일이나 휴가계획은 물론 개인적인 사생활 얘기까지 나눌 수 있을정도로 가까워 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정도니, 저보다 먼저 근무한 호주인 친구들은 바쁜와중에도 커피를 만들면서 대화를 이어가는게 보통 손님과 바리스타의 관계라기보다 그냥 친구처럼 보이기까지 하고요. 이렇게 지내면서 저는 자연스레 국내 스페셜티 카페에서의 풍경을 떠올려 보았는데, 문화적차이를 인정하고서라도 한국의 카페에 계신분들이 너무 사무적이거나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그치진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중한 인사와 친절함, 멋있게 커피를 만드는 프로다운 모습은 어쩌면 카페오너의 눈에 보기좋은 모습일뿐, 손님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매력과는 거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지난 수년간 스페셜티카페를 찾아 다녔던 경험을 미뤄보았을때 친근함에 다시찾고 싶었던 느낌을 받았던곳은 솔직하게 별로 없었던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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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이름을 편하게 부르는것이나 카페에서 바리스타와 대화를 서슴없이 하는 이곳사람들의 기본성향에 기인한 친근함인것은 자명하나, 이를 한국적 정서에 맞게 잘 풀어본다면 좋은 커피와 더불어 효과적인 대 고객서비스까지도 실현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미 국내 스페셜티 카페의 커피퀄리티,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분들의 스킬은 일반 소비자들이 만족할만한 수준 그 이상을 이미 달성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친근함'이라는 키워드를 조금 세심하게 다뤄보신다면 어떨까 하는 바람을 전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BW컨텐츠팀  bwmgrs@bwissue.com






댓글 2

profile

딴죽걸이

2014-06-19 10:51  #46238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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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프릭

2014-06-19 16:19  #46271

@딴죽걸이님
저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