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1그룹 에스프레소 머신 크렘원(Crem One Profiler) 프리뷰 ― 첫 인상 및 구조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1그룹 에스프레소 머신 가운데 하나는 크렘원(공식 수입원 : (주)에이덴)이다. CREM이라는 브랜드 자체는 스페셜티 커피 필드에서 잘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다. 하지만 예전 파리바게트의 커피를 담당하던 전자동 머신 브랜드 엑스포바(Expobar)는 기억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른다. 엑스포바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에스프레소 머신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8년 엑스포바는 스웨덴의 Coffee Queen이라는 브랜드와 합병 후 CREM이 되었으며, CREM은 다시 2018년 웰빌트(Welbilt)에 인수됐다. 웰빌트는 미국에서 조리 기기를 제조하는 가장 유명한 브랜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며, 크렘을 인수하면서 커피 쪽 브랜드를 얻게 된 것이다.

결국 크렘원이라는 1그룹 에스프레소 머신 역시 스페인 브랜드 엑스포바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제품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기존의 엑스포바 제품들이 갖고 있는 제조 및 공정 상의 특징들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필자가 에스프레소 머신 구매를 고려하면서 가장 염두에 둔 기능 가운데 하나는 압력 프로파일링(Pressure Profiling)이었다. 최근 스페셜티 커피가 유행하면서 저압 추출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했다. 기존의 9바(bar) 추출은 이제 추출 레시피 가운데 하나의 변수 정도로 고려된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들을 참고할 수 있다.

• 에스프레소 추출 압력에 대한 새로운 트렌드와 스페셜티 커피 (1)
• 에스프레소 추출 압력에 대한 새로운 트렌드와 스페셜티 커피 (2) - 추출 압력과 TDS의 상관 관계

직접적으로 압력 프로파일링에 관심을 갖게 된 한 가지 이유는 포틀랜드에 위치한 하트 커피의 6.9바 추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실제 필자의 홈카페에 적용해 본 이후였다. 블랙워터이슈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추출 압력에 대한 새로운 트렌드와 그 실제 기사에서 하트 커피의 스테레오 블렌드 추출 레시피를 공개한 바 있다.[참고로 하트 커피는 라이트 로스트로 유명하다.] 위 기사에서는 100PSI 즉 대략 6.9바 정도의 추출 압력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실제 이 모델을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OPV 작업을 통해 최대 압력을 조정한 결과 라이트 로스트 커피의 긍정적인 맛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필자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머신은 호주의 브레빌 BES900 모델로 이 모델의 경우 뒷판을 분리하여 OPV를 조작하면 최대 추출 압력을 조정할 수 있다. 아래 기사 참고]

• 브레빌 BES 900 내부 구조

개인적으로 싱글 오리진 커피를 에스프레소로 추출하는 것을 즐기는 홈바리스타로서 저압 추출의 긍정적인 뉘앙스를 경험한 이후 새로운 에스프레소 머신을 선택할 때, 압력 프로파일링 옵션은 꼭 넣고 싶은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압력 프로파일링 옵션은 상업용 머신에서도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상위 모델들에서 볼 수 있는 옵션이며, 이 옵션 하나로 고려할 수 있는 가격 범주가 급격히 높아진다. 최근 압력 프로파일링의 다른 방식 유량 프로파일링에 초점을 맞춘 머신들 역시 같은 궤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압력 프로파일링과 유량 프로파일링의 차이에 대해서는 아래 기사들 참고]

• 유량 프로파일링은 왜 중요할까?
• 에스프레소 추출에 있어서 최적의 유량은? by 스캇 라오
• 듀발 에스프레소 FC-1, 유량계가 아닌 서보 모터와 정밀한 구조로 유량을 조절하는 스마트 펌프 테크놀로지(특허) 선봬

하지만 유량을 조절한다는 것은 커피 파우더에 가해지는 압력의 기저(基底) 자체를 조절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량 자체를 조절하면 자연스럽게 압력 변화가 일어나고 이는 실시간 압력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개발된 머신 가운데 하나가 달라코르테의 DC PRO XT(달라코르테 최상위 모델)이다. DC PRO XT 모델의 경우 자동 유량 제어 기능인 DFR(Digital Flow Regulation) 기능을 사용하여 유량을 조절하는데 머신 전면에 위치한 노브를 돌려 조절한다.[이는 측면에 노브를 가지고 있는 CREM ONE과 동일하다.]

• 달라코르테 DC Pro XT, 스케일 기능을 무색케 하는 DFR 기능 탑재
•  달라코르테 DC Pro XT 모델의 유량 제어 기능의 차이를 명확히 볼 수 있는 영상 공개

따라서 최근 에스프레소 머신 트렌드 가운데 하나는 보다 정밀한 압력 조정이 가능한 유량을 직접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이며, 이는 필자가 홈카페이긴 하나 머신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와 같은 기능을 가진 머신들의 가격이 장벽이었다. 사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머신 가운데 하나는 이탈리아의 감성과 견고한 마감으로 유명한 로켓 R9ONE 모델이었다. R9ONE 모델의 경우 가격이 700만원대에 육박하긴 하지만 가성비를 가진 머신이다. 수천 만원을 호가하는 상업용 하이엔드 에스프레소 머신들에서나 볼 수 있는 구조와 기능들을 가지고 있는 1그룹 머신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용량 스팀, 브루 보일러, 포화 그룹(Saturated Group)은 상업용 머신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기능이다. 하지만 필자의 주머니 사정에서는 훨씬 벗어난 범주의 머신이었다.

• 에스프레소 머신 : 그룹 헤드 - 포화 그룹(Saturated Group)이란?

로켓 R9ONE을 포기하자 바로 눈에 들어온 머신은 디센트(Descent)였다. 디센트의 경우에도 유량을 조절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던 DFR과 같은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자사의 블로그나 유튜브 채널 등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국내에서 아직 활발하게 판매나 A/S를 전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불안했다. 

이후 눈에 띈 머신은 크렘원이었다. 현재 북미에서 화제인 머신 가운데 하나인데, 흔히 디센트 에스프레소 머신과 비교가 되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필드에 출현한지 얼마되지 않은 크렘원에 대해 미심쩍은 시선도 있다. 하지만 북미에서 제품이 Soldout된 상황을 보면 평가는 무의미해 보이기도 한다. [북미에서는 4종의 크렘원이 판매되고 있는데 그 중 유량을 조절할 수 있는 머신은 최상위 모델로 크렘원 프로파일러(Profiler 혹은 LFPP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이 4종의 모델 중 최상위 모델인 프로파일러 모델만 수입되고 있다.]

현재 북미의 크렘원 독점 수입원은 해외에서도 유명한 Whole Latte Love(이하 WLL)이다. 이 채널은 아주 오래 전부터 즐겨본 유튜브 채널로 홈카페 에스프레소 머신에 특화된 쇼핑몰 채널이다. WLL 채널에서 볼 수 있는 영상에서는 수 년전 스페인의 Expobar에서 개발되고 있던 이 머신에 WLL이 초기부터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WLL에서는 이 모델의 독점 수입 권한을 얻으면서 다양한 자료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머신의 구조이다.

WLL에서 공개한 머신 구조는 위와 같다. 왼쪽 하단에 보면 급수되는 지점에 위치한 플로우미터(Flowmeter)가 위치하여 급수되는 유량을 측정한다. 이후 로터리 펌프가 연결되어 있다. 크렘원이 사용하는 로터리 펌프 DC 모터는 전동 킥보드나 드론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킥보드의 스로틀을 당기면 회전 속도가 빨라지는 것처럼 노브를 돌림으로 모터 회전 속도에 변화를 주어 유량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달라코르테 DC PRO XT 모델 전면에서 노브를 돌리는 것으로 유속을 조절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접근이다. 이처럼 유량을 조절할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에 더해 합리적인 가격(300만원대)은 라이트 로스트 커피를 주로 즐기는 필자에게는 접근 가능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머신이었다. 다음 편에서는 이 머신을 실제 사용하면서 느끼게 된 단점과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크렘원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내일부터 열리는 2021 서울카페쇼 크렘원 부스에서 열리는 미니 세미나에 참가해 보는 것도 크렘원의 퍼포먼스를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아래 기사 링크 참고)

(주)에이덴에서 선보이는 2021 서울카페쇼 미니 세미나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