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컬럼 정보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에 대한 생각 - BLACKUP COFFEE FACTORY NICARAGUA C.O.E #1 S.O.E

2013-04-06  


C.O.E / S.O.E ?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이 무슨 독특한 암호같은 문자를 표기하는가? 싶기도 합니다. 이젠 많은 커피 애호가들에겐 익숙한 약어이기도 한 C.O.E 는 Cup Of Exellence 프로그램의 약자인데, 아직도 S.O.E 는 커피 애호가라하더라도 생소하게 느낄분도 많으실겁니다. 


S.O.E 는 Single Origin Espresso 의 약자입니다. 각기 여러 지역, 여러 품종의 원두를 블렌딩해서 밸런스를 만드는 전통적인 에스프레소 커피용 원두와는 달리 단일 지역에서 생산되는 하나의 커피를 가지고 에스프레소용 로스팅을 실시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이젠 단일 지역, 혹은 단종 커피를 위한 단어로 Single origin 이나 Estate 등의 표현을 많이들 사용하기도 하고 micro lot 이라는 세부적인 개념까지 분화시켜 사용하기도 합니다만) 


3rd wave 의 흐름과 맥락을 함께하며 단일 지역 커피들의 품질향상을 위한 노력이 꽤 많이 이루어져왔죠. 또 이런 커피의 개성을 희석시키지 않기위해 커피용 원두의 로스팅 레벨이 강배전에서 약배전으로 많이 옮겨가는 추세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따라서 에스프레소에서 조차 더 이상 싱글 오리진 원두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다종 블렌딩이 필수적으로 여겨지지 않는 시절이 도래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일례로 미국의 coava coffee 에서는 오직 싱글 오리진용 커피를 pour over 와 espresso 용 로스팅으로 별도 로스팅해 판매하고 있고, 기타 ritual coffee, verve 등 인디 로스터들도 S.O.E 용 에스프레소를 Seasonal 용으로 제공한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최근 Tim Wendelboe 역시 꽤나 흥미로운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는데, 더 이상 에스프레소용 BLENDING 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지를 사이트에 올려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습니다. 개별 지역의 떼루아와 재배/가공방식에 기반한 향미적 개성을 최대한 강조하기 위해 이들을 블렌딩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하죠. 

 

커피계에서의 순혈주의 선언으로 빗대어 표현하는건 무리가 있겠지만(게샤품종은 좀 예외적이죠) 적어도 영화계에서 라스폰트리에 감독의 '95년 도그마 선언이 왠지 연상되기도 합니다. 결국 영화계에서 도그마선언은 성공적인 파급이 있진 않았지만, 커피계에서 팀 윈들보의 "No more blending" 선언은 어떠한 영향력을 가지고 올런지 사뭇 기대가 되긴 합니다.

 

여튼 국내에서도 이젠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를 쉽게 찾아볼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나인티플러스 원두로 유명한 나무사이로는 물론 각각의 규모있는 카페에서는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 역시 쉽게 만나볼 수가 있죠. 

 

이번에 접한 커피는 얼마전 끝난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쉽에서 부산 블랙업 커피 팩토리(전 커피공장)의 배준 바리스타님이 본선에서 사용했던 니카라과 C.O.E #1위의 S.O.E 원두입니다. 페이스북을 통한 무료나눔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남은 원두를 원하는 누구에게나 보내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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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용 원두로 시판용 원두는 아니기에 패키징에 별다른 특징은 없지만 이번에 바뀐 로고 스티커가 먼저 눈에 띕니다. 홈페이지도 새롭게 오픈을 하신듯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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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공장의 새로운 이름과 로고 "BLACKUP COFFEE" 와 홈페이지  


http://blackupcoff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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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님의 간략 감사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왠걸요 제가 더 감사하죠.

농장은 Las Golondrinas. Nicaragua C.O.E #1 S.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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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 Mozonte 
  • 농장: Las Golondrinas 
  • 고도: 1400m 
  • 국제 커핑점수: 92.43 
  • 커핑노트: 오렌지, 커피꽃, 버터, 카라멜 같은 아로마, 스파이시, 라임의 단맛, 육두구, 귤, 파인애플, 체리, 꿀, 슈퍼 클린
  • BLACKUP 커핑노트: 귤, 파인애플, 라임, 리치, 견과류 시럽, 호박엿, 조청, 사탕수수, 좋은 밸러스, 중간 바디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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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블렌딩보다 개성있는 S.O.E 를 좋아합니다. 향미의 여백이 있어도 오히려 뚜렷한 플레이버를 즐기는데는 싱글 오리진들만이 가지는 매력이 더 크기 때문인데 그나마도 좋은 싱글들은 그 공백마저도 상홰시킬 확연한 개성이 강하죠. 우선 기대감으로 고정관념을 없애고자 사전 커핑 노트나 추출 노트를 참고하진 않고 먼저 다양하게 추출을 가져가봤는데, 일단 깨끗한 유리알처럼 돋보이는 명확한 클린컵이 가장 와닿습니다. 

 

 

개인적으론 청사과, 청포도 등 녹색 과일류가 가지는 싱그러운 산미와 플로럴하면서도 단단하게 응집된 뚜렷한 아로마가 참 즐겁게 만들어줍니다. 추출시 추출되는 텍스쳐에 집착하는 다소 변태적인 취미가 있는데 제대로 다이얼링되었을때 돋보이는 깔끔하고 간결한 텍스쳐도 눈에게는 호사입니다. 일부터 낮은 추출온도부터 즐겨보는데 좋은 커피의 저력인지 높은 온도로 추출할 때보다 조금 낮은 온도에서 추출하는것이 보다 명확한 향과 온화한 산미를 즐길수 있게 해줍니다. 

 

 

아로마가 좋은 커피의 약배전 원두들은 우유와 베리에이션시에 독특한 치즈류의 풍미와 컵특성을 가져다줍니다. 그도 그럴것이 추출된 에스프레소는 PH 범위가 꽤 산성쪽에 가까운데다 우유단백은 산성액에 반응하는 성질이 있죠. 산미강한 약배전 에스프레소 기반의 라떼나 카푸치노에서 요거트, 요플레, 치즈의 인상을 받는 것 혹은 심각할 경우 상한우유 같다는 인상을 받는건 사실 서로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아로마와 가진 플레이버가 복합적일 수록 밀크베리에이션에서 더 재미있는 뉘앙스를 느낄수 있는데 살짝 베어물고 샷잔에 절반쯤 남긴 샷으로 마끼아또로 만들어보니 굉장히 다양한 맛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짙은 크림 치즈, 혹은 상콤한 치즈버터, 애플요거트, 허니머스터드 등 복합적인 맛들과 플로럴한 향미와 꽃꿀류의 뉘앙스까지 우유 첨가로 느껴지는 향미의 다양성은 커피에서 꽤나 즐길만한 방법이라고 다시금 되새길 정도입니다.

 

온도를 올려 뽑은 에스프레소는 산미는 온화해지지만 클린컵성향이 많이금 죽더군요. 아마도 일반적인 자극적 산미를 제어하기 위해 온도 세팅을 바꾸는 경우도 많은데 굳이 그럴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이게 싱글 오리진의 저력인가 싶습니다. (C.O.E 1위짜리 S.O.E 를 그냥 나눔 받아 호퍼에 던져넣는데 왠 호사인가 하네요)

 

 

커피 산업의 움직임이 슬슬 S.O 커피들로 이동하는 것 같다는 분위기를 자주 접합니다. 추출 매커니즘도 그리고 생두 생산 여건이나 유통 과정들도 보다 고급화되고 있는 커피 품질에 발맞추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죠.

 

 

시애틀의 "슬레이어 에스프레소 머신"은 약배전 S.O 커피를 위한 최적의 머신이라고 마케팅을 하기도 하며 실제로 최근 제작한 영상엔 글렌캐런 잔이었나? 플레이버를 즐기기 적합한 싱글몰트 위스키용 글래스를 사용해서 시음하는 영상을 삽입하기도 했습니다. 어찌보면 이전의 블렌딩 위스키에서 싱글 몰트 위스키의 저변이 증가하는 현상과 단종 커피의 상황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도 한거 같죠. 실제로 홈바리스타 닷컴의 짐 슐만은 에스프레소 flavor 에 있어 증류수를 몇방울 첨가하여 마시는 것이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포스팅을 하기도 했구요. 커피에 있어 Flavor 의 중시가 전체적인 커피 문화와 산업 그리고 추출환경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는 셈입니다.

      

 

C.O.E 나 S.O.E 에 대한 관심은 사실 상업적 목적과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언급도 꽤나 많습니다. 생두의 재배여건이 높아지며, 부대비용이 증가하고 또 이러한 생산원가 상승과 낙찰가 상승은 재배농부들에게 재분배되는 선순환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이기도 하지만, 마케팅적 요소에서 커피산업 전반에 새로운 지향점으로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기도 한것 같습니다. 농장주와의 다이렉트 트레이드는 1:1 트레이드에 기반하고 좋은 커피농장의 확보는 결국 경쟁력 확보와 일맥상통합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두가격에 대한 투자금액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또 결국 커피한잔의 원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어요. 

 

솔직히 말해서 좋은 커피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좋은 가격에 거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좋은 커피를 위해 기꺼이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소비시장인가? 하는 점에서는 고민해볼 것들이 많은 듯 합니다. 좋은 스페셜티커피도 좋지만 좋은 커머셜도 인정받아야하죠. 그런 점에서 좋은 커피를 접할 때마다 주머니사정은 박복해져가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결국 커피를 위한 세계평화를 위해선 좋은 커피를 찾는 사람이 많아져야하겠죠. 그래야 결과적으로 좋은 커피도 좋은 가격에 만날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하게 만들어준 블랙업 커피에 감사를 드립니다. :)

 

언제 C.O.E 1위를 호퍼에나 채워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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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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