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커피를 위한 고민 – 드리퍼(Dripper)

by nothin Coffee

“Brewing with the dripper is like looking through corrective lenses for the first time; the flavors are suddenly more clear and apparent, yet still balanced and harmonious.” by Kelly Sanchez.

“적합한 드리퍼로 커피를 추출하는 것은 카메라에 적합한 렌즈를 끼우고 사물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드리퍼가 적합하다면, 향미는 더욱 선명해지고 균형감까지 갖춘 커피를 추출할 수 있을 것이다.”

블루바틀의 품질관리 스페셜리스트인 켈리, 그는 드리퍼를 ‘카메라의 렌즈’에 비유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말은, 사물을 올바로 바라보기 위해 카메라에 적합한 렌즈를 찾아 끼우듯, 맛있는 커피를 위해서는 그 커피에 적합한 드리퍼를 찾아 사용해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좋은 커피를 고르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 그 커피에 적합한 드리퍼를 찾아서 선택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래야만 커피의 향미를 선명하게, 균형감있게 추출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바로, 이 과정을 위해 시작합니다. 우리가 선택한 커피, 그에 적합한 드리퍼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1. 드리퍼의 외형

드리퍼는 그 외형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콘 타입(Cone) / 포켓 타입(Pocket or Trapezoid) / 플랫 타입(Fl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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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리퍼 외형의 차이는 커피 베드 깊이의 차이를 가져옵니다. 

같은 양의 분쇄된 커피(Dose)를 사용했을 때, Cone → Pocket → Flat 형태로 갈수록 커피 베드의 깊이는 낮아집니다. 예를 들어 이것을 극단적으로 적용해본다면 (리브 등 기타 요소는 배제) 같은 양의 분쇄 커피를 사용했을 때, 콘 타입의 고노 드리퍼는 그 외형의 특성상 커피 베드의 깊이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커피 농도는 높게 추출됩니다. 그렇기에 콘 타입보다는 포켓 타입이, 그리고 포켓 타입보다는 플랫 타입이, 커피 베드의 깊이는 낮아지고, 이에 따라 추출수가 통과해야 할 경우의 수는 줄어들게 되며, 상대적으로 농도가 낮은 커피가 추출됩니다. 

그렇기에 배치 브루(Batch Brew)는 플랫 타입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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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 브루는 많은 양의 커피로 다량의 커피를 추출해야 하는데, 커피 베드의 깊이가 높아지면 커피의 농도가 너무 높아지므로, 커피 베드를 낮게유지할 플랫 타입을 사용하는 겁니다. 

드리퍼 외형의 발전 역시 Cone → Pocket → Flat의 순서로 이루어졌으니, 이것은 높은 농도에서 차츰 마시기 편한 농도를 선호하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2. 드리퍼의 재질

드리퍼의 재질이 추출에 미치는 영향

(참고영상링크 : ↓)

드리퍼의 재질은 크게 금속(Copper, Stainless steel), 세라믹, 플라스틱(Perspex, Acrylic), 유리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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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퍼 재질에 따른 커피의 특성 변화는, 재질에 따라 달라지는 비열, 그리고 열전도도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 비열 : 어떤 물질 1g의 온도를 1℃만큼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cal)

Copper 재질 / 186g 드리퍼 : 1℃ 높이기 위해 16.74cal 필요

Ceramic 재질 / 271g 드리퍼 : 1℃ 높이기 위해 70.46cal 필요

Plastic 재질 / 98g 드리퍼 : 1℃ 높이기 위해 32.34cal 필요

이 자료가 보여주듯, 세라믹 재질 드리퍼(비열 70.46cal)는 구리 재질 드리퍼(16.74cal) 대비 4배 이상의 물 에너지(열)를 빼앗아가게 됩니다. 그렇기에 세라믹 재질 드리퍼는 초반 추출수의 열 손실이 큽니다. 

그러나 열전도도(외부환경(대기)으로의 열 방출 현상)를 본다면, 이것은 금속 물질의 열전도도가 비금속물질보다 더 높습니다. 통상 전기전도도와 열전도도는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드리퍼 재질에 있어 구리가 플라스틱이나 세라믹 재질보다 더 빨리 추출수의 열 손실이 일어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구리 재질 드리퍼는 플라스틱 재질 드리퍼 대비 20배 이상 열전도도가 높기 때문에, 추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플라스틱 재질 드리퍼 대비 더 빠른 속도로 추출수의 열 손실이 일어납니다. 

이것을 종합해본다면, 세라믹 재질 드리퍼는 충분한 사전적심으로 초반 추출수의 열 뺏김을 방지하면 추출 내내 안정적인 추출 진행에 도움이 되고, 만약 추출 진행 중 다양한 온도 변화로 좀 더 역동적인 추출을 원한다면 금속 재질의 드리퍼가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기타 사항

우리가 선택한 커피, 그에 적합한 드리퍼를 찾기 위해 드리퍼의 외형과 재질, 그리고 여기에 리브(내부 돌출선, Ridge 라고도 표현) 또는 홀의 형태와 사이즈 등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1) 리브의 영향

우리가 드리퍼에 필터지를 장착했을 때, 드리퍼 내부 리브의 영향으로 드리퍼와 필터지 사이 공간(Venthole)이 형성되고, 이것이 추출액이 떨어지는 속도를 결정하게 됩니다. 즉, 상대적으로 리브의 갯수가 많고 길면, 추출 속도는 빨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리브의 형태에 따라 응집력, 부착력이 발생시키는 모세관 현상에 차이가 생기고, 이 또한

추출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이번 내용에서 생략하겠습니다. )

2) 홀의 영향

드리퍼에 필터지를 장착한 후 이뤄지는 추출에서, 외관상으로는 드리퍼와 필터의 바닥 부분을 통해 추출이 이뤄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기에 홀이 많거나 크면, 추출 속도 또한 빨라질 거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실제 추출은 필터지 전방위에서 진행이 됩니다. 그렇기에 홀의 개수나 크기는 사실 추출 속도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걸 아래의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 칼리타 드리퍼의 홀 개수를 1개 → 2개 → 3개로 변화를 주어도, ‘필터+커피 - 필터에 커피가 담겨 있을 경우’에는 물빠짐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

따라서 추출 속도는 홀의 사이즈나 개수보다는, 추출 후반부 일어나는 병목(Bottleneck or Clog)에 의한 속도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분에 의한 필터지 공극 막힘이나, 드리퍼와 필터지 간의 밀착 정도가 추출 속도에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됩니다.

아래 그림은 드리퍼와 필터지 간 밀착 방지를 위한 돌출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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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맛있는 커피를 위한 매우 이상적인 드리퍼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모든 커피에 적합한, 그래서 매우 이상적인 드리퍼라는 건 없습니다. 

카메라에서, 그 용도 따라 망원렌즈와 접사렌즈를 바꿔 사용하듯, 커피 추출 역시 커피가 가지고 있거나 혹은 추구하는 향미 따라 그에 적합한 드리퍼를 선택, 사용해야 합니다. 

콘 타입의 하리오는, 리브가 스파이럴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굵고 길어, 커피 베드가 높아져 농도가 높게 추출되는 것을 컨트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에 반해 같은 콘 타입이지만 고노는 리브 길이를 짧게, 하단에 배치해 철저히 농도 높은 커피 추출에 적합하도록 디자인돼 있습니다.  

OPTIMIZE

모든 커피에 적합한, 그래서 매우 이상적인 드리퍼라는 건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선택한 커피마다 그에 적합한, 최적화된 드리퍼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적합한 드리퍼’를 선택하는데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조건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안정성(Stability)’입니다. 드리퍼의 ‘안정성’이란 다시 말해 ‘일관성’이며, 이것은 커피를 추출하는 사람의 의도를 명확히 반영할 ‘여지(Room)’가 됩니다. 

추출이란 맛있는 커피의 향미를 선명하게 발현시키는 과정이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과학적 현상들을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좋은 커피를 찾는 것만큼, 그에 적합한 드리퍼를 찾는 것 또한 매우 설레고 흥미로운 작업입니다. 

그 설레고 흥미로운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STABILITY – 안정성’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매우 과학적이며, 추출의 즐거움을 함께 할 아름다운 드리퍼를 상상합니다. 그래서 OPTIMIZE – 최적화된 형태와 소재를 통해, 커피가 가진 가장 맛있는 향미를, 가장 아름답게 발현시킬 새로운 드리퍼를 상상하고, 준비하고, 만들고, 적용해보려 합니다. 왜냐면 좋은 커피를 찾는 것만큼, 그에 적합한 드리퍼를 찾는 것 또한 매우 설레고 흥미로운 작업이니까요. 

맛있는 커피에는, 반드시 그만한 과학적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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