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장비
▶ 원문 읽기 : http://prism.coffee/under-pres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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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가장 간단한 방법이 가장 흥미로워질 수도 있다.
Text - 조영준
커피 파우더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충분히 우려낸 후, 거름망을 아래로 눌러 커피 건더기를 걸러낸 후 마신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프렌치 프레스 커피의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무엇보다도 커피가 가지고 있는 맛을 가장 온전히, 그리고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것에 큰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프렌치 프레스를 쓰기 껄끄러워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가장 큰 이유로는 금속 망을 통과해 컵 속으로 들어가는 미분을 꼽는다. 미분이 들어간 프렌치 프레스 커피는 마치 모래를 커피에 개어 먹는 듯 한 껄끄러운 느낌을 주는데, 그런 날 것과 같은 느낌이 영 익숙치 않다는 것이다. 이는 프렌치 프레스를 많이 사용하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는지, 이런 껄끄러운 느낌을 줄이고자 여러가지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에스프로 프레스(캐나다)와 아메리칸 프레스(미국) 이 바로 그런 제품들이다.
왼 쪽 부터 프렌치 프레스, 에스프로 프레스, 아메리칸 프레스. ⓒprism
1. 프렌치 프레스
일반적으로 프렌치 프레스로 알려진 커피 프레스는 사실 덴마크의 주방기구회사 보덤 Bodum 사의 상표이다. 비커와 금속망이 달린 뚜껑으로 구성된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으며, 차를 우리는 등의 티 메이커 등 다양한 파생 상품들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겹의 메탈 필터로 이루어 진 제품 특성 상 청소가 어렵고, 심지어는 성근 금속망 사이에 커피 파우더가 끼는 일도 일어나곤 한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이 이러한 단점을 모두 상쇄한다. (한정판은 예외지만)
2. 에스프로 프레스
에스프로 프레스는 캐나다의 Espro 사에서 개발한 개량형 프렌치 프레스이다. 커피 파우더를 넣고, 뜨거운 물로 우려 프레스 후 마시는 방식은 같으나 에스프로 고유의 이중 마이크로 망을 통해 미분 발생을 최소화 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메탈 모델과 텀블러 형태로 나온 트래블 프레스 모델은 더블 월(이중 벽 구조)로 되어 있어 온도 유지에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스테인리스, 트라이탄(플라스틱) 을 비롯해 최근 일반 프렌치 프레스와 비슷한 유리 비커 모델(P 시리즈)도 출시가 되었다.
3. 아메리칸 프레스
아메리칸 프레스는 세 가지 중 가장 최근에 발매된 제품이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출시된 아메리칸 프레스는 에스프로 프레스와 마찬가지로 적은 미분과 쉬운 관리를 목적으로 개발되었는데, 추출 구조가 꽤 독특하다. 비커의 아래에 파우더를 넣고 물을 채우는 것이 아닌, 미리 비커에 물을 채운 후 별도의 원두 챔버에 파우더를 채워 프레스를 하여 커피를 추출한다. 마치 에어로프레스를 거꾸로 뒤집은 듯 한 특이한 추출구조로 인해 미분이 추출액으로 많이 섞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해주는 추출 방식으로 인해 비교적 높은 추출 수율을 얻게 된다. 추출 후의 정리도 가운데 챔버를 털어주고 트라이탄 소재로 된 비커를 닦아주면 끝이어서 매우 간편하다. 이 정도면 개발 의도에 제법 잘 부합한 제품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겠다.
아메리칸 프레스는 프레스 챔버에 파우더를 넣는다. ⓒprism
아메리칸 프레스를 내린 후의 모습. 아랫쪽에는 이 정도의 미분이 모인다. ⓒprism
결과는 꽤 흥미로웠다. 프렌치 프레스의 관능평가를 기준 삼아 나머지 두 도구를 비교해 보니 각각의 특징이 잘 드러났는데, 에스프로 프레스는 특유의 더블 월 구조로 인해 온도가 잘 떨어지지 않아 추출력을 유지하면서 더 많이 우려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아메리칸 프레스는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압력 덕분인지 가장 높은 농도와 수율을 보였다. 그에 따라 맛의 스펙트럼이 가장 넓으면서도 프레스 답지 않은 깔끔함을 유지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메리칸 프레스로 내린 후의 모습. 아랫쪽에는 이 정도의 미분이 모인다. ⓒp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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