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어느 정도 구간에 있고 또 어디로 가고 있나. 사실 생각보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일에 관심이 많지만 정작 '나'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이 적은 편이다. 적어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하나쯤 갖고 있을 단점이 비교적 개선되어 선명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적어도 몇 마디 나눠보면 나와 같은 고민을 느끼곤 한다. 우스울 수 있는 말일 수 있으나 깊은 고민을 거친 자의 느낌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포스팅되는 바리스타와 내용은 전혀 무관함을 밝힙니다. 공릉동 비스킷 플로어.
나는 상당히 문제가 많은 사회 초년생이었다. 실수도 많았고 불려가서 갈굼을 당하기 일쑤였다. 실제로 나는 문자로 해고되기도 했다. 그 당시 무엇이 나의 단점인지도 몰랐고 문득 적군처럼 느껴지는 매장의 팀 멤버들과 오너들을 증오할 때도 있었다. 나를 버리고 지적하는 이들에게서 부정적인 열등감과 질투를 쉽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보다 이 일을 오랫동안 하고 있던 사람들과 운 좋게 고생을 함께 하면서 무지하고 부족하고 연약한 부분을 확인하여 이내 이제까지 일들이 일부 나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들이 나를 제법 긴 시간 동안 괴롭혔지만 자기 반성과 조금씩 참고 자제하고 기회를 얻어 비교적 달라진 나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문제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이 시장에 몸담고 더 나아가 조직생활을 시작하게 된 '신입', 조금 더 나아가 자리를 쉽게 바꾸는 '경력'자까지도 어렵지 않게 나타나는 문제들이 쉽게 표면을 뚫고 갈등으로 번진다. 나의 경험을 빗데어 그 종류들이 무엇이며 왜 공통의 고뇌로 연결되는 것인지. 조금은 조심스러운 내용을 담아본다.
인천 연수동 Developing Room
일 처리의 재해석
아마 제일 큰 실수로 직결되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분명 어떤 회사(조직)든 어느 정도의 일처리 방식은 생기기 마련이다. 분명 A의 일은 B로 처리하라는 체계를 배우게 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A의 일을 C로 처리하곤 '이게 더 나은 거 같다'라고 재해석으로 처리하게 된다. 당연히 선임자와 책임자는 묻는다. 왜 C의 방식으로 처리하게 되었는지. 대부분의 재해석한 신입은 'B보단 C가 더 나은 것 같아서 그렇게 처리했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보이지 않던 갈등은 시작된다. 아무리 B보다 C가 진보적인 방향이라고 해도 B가 공식적으로 C로 개선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신입의 '재해석'이 아니다. 그건 차후 내용으로 다뤄 볼 생각이지만, 이런 일을 저지른 신입의 믿음은 깨지기 마련이다. 왜 깨지느냐라고 묻는다면 입장을 바꿔보면 알 것이다. 지금까지 이곳의 톱니바퀴를 돌리고 있던 이들의 방식을 타인이 '이게 더 좋다'라고 돌던 바퀴를 바꾸게 되면 과연 어떤 기분과 느낌이 들까. 그건 역지사지다. 주관적으로 해석할 판단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B보다 C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개선될 수 있을까.
건대, 구의 감미품
수습기간
신입으로 조직에 들어올 이들이 단단히 잘못 알고 있는 게 있다. 바로 수습기간의 정체성이다. 수습기간이 단순히 낮은 급여를 제공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근무자는 '이곳에 일하는 게 나와 맞는지' 반대로 조직체는 '이 근무자가 우리의 방식과 맞는지' 적응기간을 가져보는 시간이다. 즉, 서로 이러한 조건과 방식이 맞지 않는다면 그 기간 동안 하던 일을 종료할 수 있고 조직체 또한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불편하고 불안한 시간을 갖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기간을 슬기롭고 적절하게 보낼 수 있었다면 신입은 이곳의 조직에 대한 기여와 믿음까지 얻을 수 있게 된다. 그게 6개월 1년이 된 후, 위의 B가 가진 단점을 지적할 수 있게 된다. 'A라는 일을 B로 처리했을 시, 매우 동선이 꼬이고 확인 또한 불편하니 조금 번거롭더라도 C 방식으로 처리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여 건의합니다.' 이렇게 되면 오너와 책임자, 관리자는 이 친구가 지금껏 기여하고 고생해서 얻은 경험치를 무시하지 못하게 되고 '신빙성'을 얻게 된다. 대부분의 신입이 이 부분을 생략하고 저지르는 일에 갈등을 면치 못하고 자신이 좀 더 우월한 위치에 서고 싶다는 성급함 때문에 '조직 체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일어나는 공통적인 일이다. 수습기간에 당연히 급여가 적다. 이 친구가 무엇을 할 줄 알고 어떤 큰일을 할 수 있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큰 급여를 줄 수 있을까? 입장을 바꿔보라. 오너가 될 수 없어도 그러한 입장은 충분히 기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이태원, 한강진 아러바우트
야망
인스타그램에서 한 번 언급한 내용이다. 바로 야망이다. 꿈과 야망은 다르다. 아직도 이 경계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신입 바리스타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야망을 갖게 되면 자신만의 이익과 기회를 쫓게 된다. 나는 여기서 메인 바리스타를 꼭 해야지, 나는 여기서 꼭 로스팅을 해야지, 손님과 친해져서 많은 소통을 해야지. 이게 과연 꿈일까? 이건 자신의 야망(개인적인 욕심)이다. 세상은 등가교환이다. 조직에서 야망을 이루기 위해 근무하는 이들은 묘하게 일상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직 이곳의 일의 방식과 처리를 알아야 하는 친구가 주문이 들어오는 순간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 가 있다던가,( 반대로 오래 근무한 자가 한 포지션을 독점적으로 맡으려 하기도) 자신이 좀 더 나은 방향(하고싶어하는)으로 개선하고 싶어 하는 일의 재해석, 더 나아가 자신의 야망을 칭찬하고 따라주는 이들과 팀을 이뤄 조직과 반대되는 지지자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조직 내에서 공동의 꿈을 갖는 것은 무한한 에너지와 시너지를 얻게 된다. 물론 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리더의 능력이다. 하지만 뜻이 다른 이들이 나뉘어 공통의 가치관을 달리한다면 그 시간만큼 아까운 시간도 없을 것이다. 사실 야망은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개인의 가치관 차이다. 수습기간이란 이러한 조건도 확인하는 시간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이 신입 친구가 일을 빨리 배웠다, 눈치가 없다(느리다)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야망을 이루는 방법은 매우 지극히 '개인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쉽지만 2,3명 이상이 모인 조직은 그런 개인적인 야망의 장소가 아니다. 부디 야망과 꿈을 구별하고 자신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성찰하고 사색하길 바란다. 보통 그 기간을 3달이라는 제법 큰 시간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노력한 만큼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세상엔 당연한 건 없다. 우리는 '전문직'을 앞세워 공부하고 고민하게 된다. 묘하게 라테아트 실력이 늘지 않는 것, 매출이 늘지 않는 것, 매번 생산에 떨떠름한 쓴맛과 질감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그만큼 자신이 노력하지 않아서 그렇다. (넘치는 정보를 필터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필자 또한 라테아트 같은 화려한 기술에 취한 나머지 많은 노력과 우유를 소비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늘지 않고 남탓을 앞세워 자만에 빠진 적이 있었다. 지금의 스페셜리스트까지 오른 자들은 이러한 노력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노력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아야 한다. 다들 자기 마음속에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할 수 없다. 이유는 왜일까. 그만큼 하지 않아서다. 그곳까지 올라가지 못하는 순전히 자기 탓이다. 몸담고 있는 그룹과 팀원이 만들어 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항상 배제해야 한다. 그 열쇠는 게으르고 안주하지 않는 바로 자신이다.
잘 할 수 있는 것
SNS가 활발히 이뤄지는 모습은 이제 일상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쉽게 모방되고 유행에 휘말리게 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대부분 모방은 모방에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유행하는 어느 일부는 벌써 몇 년 전부터 시작해 유행이 끝났고 심지어 자료까지 나와있는 경우도 있다.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이러한 일시적인 인기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 그게 자기 발전의 시작이지 않을까 싶다. 소통은 분명 좋지만 자아 고유의 색은 그만큼 흐트러지기 쉽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폐쇄적 부분도 수용하여 곰곰히 자신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이 각성된 자신의 능력을 일상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을 적절히 '포장'하는 방법이다. 필자는 절대 나의 방식과 능력들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다 나은 방법과 방식으로 초월한 이들은 많고 그저 노출과 포장을 적절했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러한 것은 결국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에서 비롯된다. 과하게 포장할 필요 없이 패시브 스킬이 될 만한 능력을 찾자.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혹여나 자신의 고유 능력이 찾을 수 없다면 과감히 이곳을 떠나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도 현명할 수 있다.
잦은 실수와 인사 규칙
매번 늦는 사람은 항상 늦는다. 반면 매번 일찍 오는 사람은 매번 일찍 온다. 이건 지금껏 조직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필연적인 인과관계다. 이유는 뭘까. 그건 각자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 인사규칙이 지켜지지 않을 시에는 많은 신용을 잃게 된다. 또한 잘못된 숙지로 일처리를 했을 시, 발생되는 실수가 잦다면 그만큼 허무하게 잃는 사기도 없을 것이다. 조직 생활에 사기는 무한한 에너지와 같다. 어떤 한 사람이 큰 실수를 하거나 작은 실수라도 빈번히 일어난다면 보이지 않는 갈등이 점차 표면화될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자신의 덤벙거림과 피상적인 확인(지나치게 같은 것을 계속 묻는)에서 유추할 수 있다. 신입이라는 기간에서 첫 이미지란 상대적일 수 있다. 가능한 한 번 숙지한 내용을 잊지 말고 혹 기억이 아른거린다면 무턱대고 진행하지 말고 꼭 짚고 넘어가 처리하는 모습을 가져보길 바란다. 만약 그게 실수로 연결되면 사기는 급격하게 떨어지고 동료들의 시선도 달갑지 않게 될 것이다.
리더를 중심으로 한 조직은 그 조직만의 고유 규율과 규칙이 있다. 그러한 점을 유추해 보면 생각보다 커피를 앞세운 시간 보다는 관계법을 읽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결론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아직 조직성을 띠고 있는 우리 사회에는 위와 같은 사항만 잘 지켜져도 보다 나은 신입 이미지를 갖고 기여도가 확실히 깃든 멋진 선임, 전문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아픈 시간을 견디고 당당하게 연봉을 협상하길 바란다. 나 아니면 안 되는. '대처 인원'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강력히 어필할 수 있길. 또한 이 내용을 빌미로 신입만을 문제 삼지 않고 오너나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이들의 객관성 또한 잘 짚어보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