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에서 로스팅 파트를 담당하고 있을 때, 한 블렌드를 배합하기에 앞서서 나의 관심을 끌고 있었던 특정한 가공 방식의 커피가 있었다. 「펄프드 내추럴 프로세싱」이라는 가공 방식의 브라질과 인도 커피였다. 브라질의 경우 단맛이 풍부했고, 인도의 경우 농밀한 질감의 균형잡힌 인도 커피였다. 이러한 커피를 찾던 중 모 업체의 유기농 멕시코 생두가 어느 정도 유사한 컵 퀄리티를 보여주었지만 마이크로 랏 커피였기 때문에 커피 수급에 대한 염려로 블렌드를 구성하는 생두로 사용하기는 어려웠다. 이러한 커피 가운데 종종 Chipping 현상이 나타났다. 로스팅 중 2차 크랙 전에 자주 발견되곤 하였는데 특정 구간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로스터의 실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Chipping 현상이란?
원두 표면에 동그란 형태로 깨어져서 떨어져 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대개 화력이 너무 강할 경우 발생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칩핑은 원두의 표면에 웜홀처럼 파인 형태로 로스팅이 진행되면서 커피 오일이 특정 부분에 뭉치게 되어 특정 부분이 더 빠르게 타버리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한 농장의 생두라 하더라도 그 크기나 밀도에 있어서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위 원두는 한 농장의 생두를 로스팅한 결과물로 마이크로 랏 커피이다. 1-3번의 커피 모두 한 농장이지만 크기나 밀도에 있어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중요한 점은 같은 해에 같은 농장에서 생산된 커피라 하더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원산지가 같은 커피조차 이러한데 블렌드하는 생두들을 배합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위와 같이 같은 로스팅 과정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그 결과물은 상당히 다를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즉, Chipping과 같은 현상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부 생두에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로스터들은 이와 같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2차 크랙 직전 혹은 직후부터, 로스팅 도중에 Chipping 로스팅 디펙트가 자주 발견되곤 했다( 물론 모두 그러하진 않았고 어떠한 생두는 벌써 시티구간에서 칩핑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필자는 이 현상을 지양하기 위해 특정 구간을 늘리고, 화력을 줄인다는 개념보다는 "팝핑이 있는 구간에 뜸을 들이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상이한 재료들로 일관된 품질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열 공급이 안정적으로 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